한 없이 우울해지는 사람들을 위한 소소히 전하는 말
사람은 이유가 없어도 태어난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퍽 슬펐다. 태어날 선택의 자유는 없고 죽음에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건 어떤 자연의 섭리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 인생이 가족에게 아픈 새끼손가락 같은 존재라고 느꼈다. 너무 일찍부터 세상에 대한 의지가 없던 탓에 앞으로의 내 삶이 도통 기대되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그런 나를 걱정하시는 것이 눈에 보였다.
어떠한 계기로 나는 정신과 치료를 받을 용기가 생겼고 지금도 꾸준히 다니고 있다. ‘낙인이론’은 한번 낙인이 찍히면 그대로 따라가게 되는 효과를 이르는 말인데, 정신과에서 받은 진료 결과대로 내가 따라가게 될까 봐 무서워서 증상이 심함을 알고 있음에도 외면해왔다. 하지만 마음의 병도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요즘 들어 실감하고 있다. 치료받기 시작한 뒤부터 마치 어린이가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고 더 주장하는 방법, 나에게 휴식 시간을 주는 방법 등을 배우고 있다. ‘왜 진즉 내게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들을 인생 삼 분의 일이 지나서야 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나는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약이라는 배가 단지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것이라면, 지금은 혼자서도 괜찮아질 수 있는 노 젓는 방법을 배우는 것 같다. 다시금 또 마음이 아픈 날이 찾아오더라도 괜찮아질 방법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