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오삼남 작가의 첫번째 그림책, 드디어 세상에
삼남이네 방앗간
초등학교 교사이자,
그림책 테라피스트 오삼남 작가의 첫번째 그림책!
<삼남이네 방앗간> 출시!
오삼남 작가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출간의 소회를 밝혔습니다.
"어린 시절, 저희 집은 떡방앗간이었어요.
방앗간에서 나는 참기름 향,
가래떡이 나올 때 몽글몽글 피던 연기,
팥을 듬뿍 넣어 갓 쩌낸 시루떡 맛...
그곳은 제가 살아가면서 만난
모든 이들에게 나눈
사랑의 근원지였습니다.
거기에 엄마가 있었습니다.
딸의 실수와 잘못보다 딸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셨던...
이 그림책을 통해 한국 전통의 맛을 소개하고,
그것에 깃든 엄마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삼남이네 방앗간>
여기는 삼남이네 방앗간이에요
참기름, 들기름, 참깨, 들깨,
고춧가루, 미숫가루...
쉴새없이 기계가 돌아가지요.
삼남이는 셋째딸이에요.
삼남이네는
일순이, 이순이, 삼남이, 일석이, 이석이가 있어요
그리고 뭐든지 척척 잘 해내는
힘쎄고 목소리 큰
삼남이 엄마가 있지요.
삼남이 엄마가 참기름을 짜요
달달 볶은 참깨를
기계에 넣고
누름틀로 푹 누르면
노오란 거품과 함께
동그란 틀에서
참기름이 줄줄 나와요
고소한 향이 포올폴
방앗간 가득 진동하지요
삼남이는
참기름 틀 앞에 앉아
새어나오는 참기름을
손으로 찍어 먹기도 하고
가래떡에 찍어 먹기도 해요
“손 대믄 안 되야.”
엄마는 나무라지만, 못하게 하진 않아요
삼남이가 심부름을 가요
삼거리 횟집에 참기름 배달이에요
“삼남아, 이거 횟집 아짐 갖다 주고 온나.
딴 디 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야 쓴다.
아나, 요 심부름돈”
엄마는 심부름값으로 백원을 줍니다.
백원으로는 새우깡도 사고,
자갈치 과자도 살 수 있어요.
참기름 병이 든 가방을 들고
졸래졸래 심부름을 가요
“앞만 보고 가야 돼. 영산강 횟집, 영산강 횟집...”
“삼남아, 으디 가냐?”
“나 엄마 심부름 가. 영산강 횟집”
“참기름 심부름 강갑네. 우리 집에 강아지 왔는디 구경 안할래?
”안 되는디.... 심부름 가야하는디...“
”잠깐이면 괜찮하재. 엄청 귀여운디“
어제 온 복슬복슬한 은이네 강아지가 반갑다고 꼬리를 칩니다.
”우왕, 귀엽네.“
한참을 강아지랑 놀다보니, 그제야 참기름 생각이 나네요.
”삼남이 으디 가냐?“
”나 엄마 심부름.“
”고무줄 놀이 한판 하고 가라.“
”안 되는디... 그럼 쬐금만 놀까?“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 이천봉~ “
발목부터 무릎, 허리, 목, 귀..
단계별 고무줄놀이 하다 보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헉, 큰일나부렀네. 나 심부름 가야 써.“
”아야, 삼남아, 오늘은 가게 안 들리냐?“
구멍가게 슈퍼 아줌마가 삼남이를 불러요.
”아야, 막대사탕 큰 것 왔는디,
니 좋아하는 자갈치도 있시야.“
노랑빨강파랑 알록달록
한 입에 넣기에 커다란 알사탕과
막대까지 빨아먹을 수 있는 막대사탕이
슈퍼 앞에 가득합니다.
아, 참 나 100원 있지?
”막대사탕 을마에요?“
”50원 이여“
”2개 주세요.“
손바닥만한 막대사탕 2개를 왼손에,
참기름 병을 오른 손에 쥐고
길을 갑니다.
벌써 해가 졌습니다.
띄엄띄엄 가로등 불빛에
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급한 마음에 걸음이 빨라집니다.
어두컴컴한 길,
돌부리를 보지 못한 삼남이가
그만 그 돌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야, 아퍼!“
무릎이 까져 피가 납니다.
눈물이 핑 돕니다.
”쨍그랑“
오른 손에 쥔 참기름 병들이
그만 깨지고 말았습니다.
”으앙! 어엉엉!“
삼남이는 철푸덕 주저앉아 웁니다.
소리가 어찌나 큰지 온 동네방네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그림자!
엄마입니다.
”너 여기서 뭣하냐? 어째 우냐?“
”힝, 참기름 병을 깨부러서...
엄마한테 혼날틴디..흐엉엉.“
”오매, 무릎에 피나고만. 언능 집에 가자.“
”내가 참기름 깨부렀어. 어째야 써.“
”뭣이 어째야. 다시 짜믄 되제.
영산강 아짐한테 낼 준다고 해야 쓰겄다“
그런데,
깨진 참기름병에서
참기름 냄새가 진동합니다.
온 동네로 퍼집니다.
앞집 은이네로, 옆집 훈이네로
삼거리 너머 달이네 집에도
고스름한 참기름향이 바람따라
소올솔 퍼져갑니다.
아따, 어디서 참기름 냄새 나네
오늘은 참기름에 밥을 비벼야 쓰겄고만
아따, 참기름 냄새가 참말로 고숩네
시금치 나물에 참기름 쳐야 쓰겄네
온 동네 방네 참기름으로 맛난 저녁이 차려집니다.
콩나물, 시금치, 두릅무침, 각종 나물 무침
막국수, 비빔국수, 홍어무침, 조개무침, 낚지볶음, 비빔밥, 간장 계란 볶음밥,
명란솥밥, 김치볶음밥...
다음 날,
삼남이네 방앗간에
아침부터 손님들이 북적입니다.
참기름 향 맡고
참기름을 사러 온 줄이
삼거리까지 섰네요.
삼남이네 방앗간엔
오늘도 고소한 참기름향이
진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