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마치고 서울역에 도착한 어제저녁, 배도 고프고 햄버거가 떠올라 역사 안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퇴근 시간대라 그런지 자리는 이미 만석. 그냥 집에 가려던 찰나, 역사 밖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Five Guys.
미국식 프리미엄 버거 체인으로 이름은 익히 들었지만, 직접 가본 적은 없었습니다. 안쪽을 슬쩍 들여다보니 자리가 넉넉했고, ‘이번 기회에 한번 먹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주문 줄에 서서 메뉴판을 살펴봤습니다. 햄버거 하나, 감자튀김, 탄산음료. 셋을 합하니 24,200원.
순간 움찔했습니다. 쉐이크쉑도 16,000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건 그보다 훨씬 높은 가격. 생각보다 비싸다는 사실에 자연스럽게 줄에서 빠졌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는 익숙한 인생극장이 재생됩니다.
“출장도 다녀왔는데, 이 정도는 나를 위해 써도 되잖아?”
vs “그래도 햄버거 하나에 2만 4천 원은 좀…”
약 5초간의 긴 고민 끝에 결국 저는 조용히 발걸음을 돌려, 동네 맥도날드로 향했습니다. 8,000원짜리 빅맥 세트를 먹으며, 3배가 넘는 그 햄버거에 대해 곱씹게 되더군요.
저는 평소에 가성비 중심형 소비자였습니다. 제품을 고를 때면 가격 대비 효율을 최우선으로 따지고,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대안을 찾기 위해 리뷰와 커뮤니티를 뒤지기도 하죠.
하지만 저렴한 제품을 샀다가 금세 고장 나거나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아 결국 다시 구매하는, 이른바 ‘중복 소비’를 몇 번 경험하고는 “싸고 좋은 건 없다.”라는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오래 쓰는 물건,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가성비보다 적당한 가심비를 고려하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회적 품위’라는 것도 조금은 신경 쓰이기 시작하고, 나 자신을 위한 작은 소비에도 어느 정도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때론 소비 그 자체가 삶의 활력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어제처럼, 햄버거 하나에 2만 원이 넘는 소비는 아직 저에겐 조금 버거운 선택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그냥 한 번 먹어볼 걸 그랬나?” 다음에 또 그런 순간이 온다면, 그땐 용기 내어 주문할 수 있을까요?
가성비와 가심비 사이, 여러분의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