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월급날과 쉬는 날이죠.
그중에서도 '휴가'는 누군가에게는 작은 여행이자,
누군가에게는 겨우 숨 돌릴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휴가를 내겠다는 말을 꺼내는 건
예전부터 참 쉽지 않았습니다.
일이 많을 때는 일이 덜 끝나서,
팀장이 없을 때는 팀장이 없으니,
다른 직원들이 많이 쓰는 날은 자리가 비니
내가 자리를 지켜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매번 '이번엔 참자'가 반복됐습니다.
그러다 결국,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두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2023년 봄.
대상포진 진단을 받은 건 월요일이었습니다.
피부에 포진이 올라왔고, 통증도 있었지만
그 주 금요일까지 일을 했고,
다음 주가 되어서야 겨우 쉬게 되었습니다.
1분기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무리를 해야 했고,
그 일들을 남겨두고 자리를 비우는 게
괜히 죄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대상포진은 즉각적인 휴식이 필요한 병입니다.
시간이 지체되면 신경 손상이 올 수 있다고 하는데,
그때 저는 ‘회사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는 회식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였습니다.
다른 부서 직원들이 제 상사에게 말하더군요.
“ㅇ팀장님도 휴가 좀 쓰게 해주세요.”
그 말에 제 상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ㅇ팀장은 자기가 좋아서 안 쓰는 거지,
내가 쓰지 말라고 한 적 없다"
그 말이 참 서럽게 깊이 꽂혔습니다.
‘그렇구나, 나는 그냥 안 쓰는 사람처럼 보였구나.’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당연하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습니다.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마땅히 그러하다.”
어느 순간, 저는 당연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대상포진이 걸려도 당연히 일을 하는 사람.
휴가도 당연히 쓰지 않는 사람.
그 일이 지나고 나서야
‘이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나에게도, 그리고 다른 누구에게도
‘당연한’ 일은 없어야 한다는 걸 말입니다.
누군가의 헌신이 너무 오래 반복되면
그건 감사가 아니라 기대가 되고,
기대가 쌓이면 어느 순간엔
당연함이 되어버립니다.
그 어떤 노력도, 헌신도, 희생도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순간,
그 사람의 마음은 천천히 닳아갑니다.
이제는 다짐합니다.
누군가에게 당연한 존재가 아닌,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자고.
그리고,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연한’ 역할 속에서 너무 오래 버텨왔다면,
조금은 쉬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글을 보는 모든분들은
당연한 사람이 아닌 소중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