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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un 14. 2023

영원한 ‘룸메이트 언니’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5/26의 기록)

나에게는 영원한 ‘룸메이트 언니’가 한 명 있다. 현재 혼자 살아간 지 4년이 넘은 내게 룸메이트라니. 표면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룸메이트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나가는 한 사람이 있다. 우리의 첫 만남이 룸메이트로 만나 그런지 항상 엄마에게도, 친구에게도 이미 룸메이트를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서로를 ‘룸메이트 동생’ 혹은 ‘룸메이트 언니’라고 소개를 한다. 우리는 이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은 언니가 갑자기 내게 “내 친구들이 왜 너를 아직도 룸메이트 동생이라고 하냐고 그랬다? 나도 그걸 인지 못하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깐 자연스럽게 계속 너를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더라고. 근데 그러면 말이야. 내겐 너는 ‘룸메이트 동생’인데 앞으로 남들에게 너를 뭐라고 소개하면 되지?”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말에 나도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나 또한 언니와 다르지 않게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언니를 ‘룸메이트 언니’라고 이야기했었고, 그것에 이상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문득 깨달은 우리는 서로가 웃겨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그렇게 그녀는 나에게 있어 ‘룸메이트 언니’였다.


우리의 첫 만남을 나는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기숙사 생활에서 어떠한 사건 하나를 계기로 방을 바꾸게 되었던 나는 그로 인해 우연히 언니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예정에 없던 만남을 했다. 서로가 그 전의 룸메이트로 인해 너무나 지쳐있던 상태라 언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굳이 친해지려고 하지 말고 조용히 살다 나와야지’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서로를 만났었다. 그러다 한 번 나눠본 대화가 너무나 잘 통했고, 이전 룸메이트로 인한 스트레스라는 공통점이 우리를 급속도로 친해지게 만들었다. 같은 괴로움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고 친밀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에 ‘친해지지 않을 거야!’라고 굳게 닫고 있던 문을 서로에게 활짝 열어버렸다. 지금도 우리를 만나게 해 준 기숙사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한다. 첫 만남도 그렇고 기숙사 생활로 인해 함께 웃고 울고 화내고 추억하는 우리가 있기 때문에 빠질 수가 없는 이야기 주제이다. 중간에 방이 바뀐 거라 고작 5개월 남짓한 시간을 함께한 우리지만, 그때 이후로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 당시의 우리는 그 짧은 만남으로부터 이렇게까지 긴 인연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잔잔하고 담백한 인연이 조용하지만 오래가는 법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그 담백한 관계를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친언니 다음으로 친한 언니이자, 친구이자 인생의 선배인 그녀. 항상 만나서 철학적인 이야기와 인생의 관한 이야기를 하는 그녀와의 대화주제에 너무나도 큰 재미와 행복을 느낀다. 남들이 보면 여자 둘이 만나 철학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이상하고 재미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이 큰 행복이자 힐링이다. 결국 이런 가치관이나 이야기의 주제들이 맞아 우리가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같다. 서로가 바빠 자주는 보지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항상 하는 이야기인 “아무리 바빠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은 꼭 보자”라는 말처럼 언니와 나는 항상 사계절을 함께 보낸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을 내서 만난다는 것이 쉽지가 않으며, 서로가 노력을 해야지만 인연이 이어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  항상 언니와는 매비가 울기 시작하면,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눈이 올 때가 되면, 새싹이 돋아날 때가 되면 서로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만나자는 연락을 보낸다. 이것이 우리의 암묵적인 약속이고 서로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친한 언니가 없던 나는 이제 ‘친한 언니’라고 하면 당연히 제일 먼저 ‘룸메이트 언니’인 그녀가 떠오른다. 그녀도 나의 존재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언니는 그렇다.


서로 우리의 인연이 이렇게 길게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인연은 조용히 차분하고 안정적이게 이어지고 있다. 기숙사 생활은 나에게 있어 너무나 힘들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그래도 그녀가 있어 그나마 추억할 수 있고, 그녀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어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앞으로도 나의 영원한 룸메이트는 이 세상에 단 한 명, 언니일 것이고 이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그녀와 계속해서 함께 사계절을 보내고 싶고 이것이 나의 크다면 큰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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