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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un 20. 2023

다정한 마이웨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6/02의 기록)

얼마 전, 오랜만에 좋아하는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 친구는 대학생 때 알게 된 동생으로, 취미가 잘 맞아 가까워지게 되었고, 나를 잘 따라 나도 그만큼이나 애정이 많던 친구였다. 그런데, 이 친구가 졸업과 동시에 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고향에 내려가는 바람에 졸업을 한 이후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연락도 끊겨 나는 종종 이 친구가 생각이 났고, 잘 지내고 있나 궁금했다. 하지만 매번 연락이라도 한 번 해볼까 하다가도 시험공부를 하는데 방해가 될까 봐 생각만 하고는 연락은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 위에 그 친구의 카톡메시지가 떴다. 나는 깜짝 놀라 반가운 마음으로 그 메시지창을 열어봤다. 그랬더니 얼마 전에 생일이었던 내게 축하메시지를 보내려다 깜빡해 지금이라도 챙겨주고 싶어 연락을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생일이 지나 연락을 한 것에 서운함이 들기는커녕 오래간만의 좋아하는 동생의 연락에 기쁨과 반가움만이 한가득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험으로 정신이 없을 텐데, 이미 지나버린 생일이지만 축하메시지를 잊지 않고 보내준 그 친구의 마음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이 친구도 책을 좋아하여 우리는 책 이야기를 자주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책을 선물로 보내줬다. 그런데,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그 책이 마침 내가 딱 읽으려고 생각하고 있던 책이라 서로 통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서로 밀린 안부를 주고받다 시험이 끝나면 연락하라 나의 말을 끝으로 이렇게 연락이 끝나나 싶더니 갑자기 동생이 무언가 할 말이 있는지 ‘언니!’하고 나를 불렀다. 나는 무언가 잊은 말이 있구나 싶어 그 친구의 메시지를 기다리는데, 그 친구는 한 문장이지만 임팩트가 있는 문장을 내게 보내왔다.  메시지는 이랬다. ‘저는 언니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언니는 뭐랄까 다정한 마이웨이! (좋은 의미)’. 나는 이 메시지를 보고는 정말 피식이라는 소리의 기분 좋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예상치도 못한 동생의 표현에 무언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보면 별 말이 아니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이 친구의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친구가 말한 ‘다정한 마이웨이’가 어쩌면 내 인생의 모토인 것도 같았다. ‘다정한 마이웨이’. 속으로 되뇔수록 마음에 드는 표현이었다. 내게는 그 표현이 마치  마이웨이 그 속에서 다정함을 잃지 않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잘 걸어 나가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그 한 문장에 고마움과 여러 감정이 들었다.


오늘 이 친구의 표현으로 머리를 한대 콩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 누군가에 의해 표현되는 나를 알게 되는 것은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친구 덕분에 또 다른 친구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과연 남들의 눈에 비치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마이웨이를 걸어갈 테지만, ‘마이웨이’ 만이 남지 않도록 그 속에서 결코 다정함만은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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