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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un 17. 2023

복권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5/30의 기록)

나는 요즘 복권을 산다. 일주일에 한 번씩 사는데 매주 월요일마다 산다. “월요일에 사야 해!”라고 처음부터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월요일마다 퇴사에 대한 욕구가 높아져 출근길에 회사 근처에 있는 무려 1등이 19번이나 나왔다는 복권가게 들려 딱 2천 원어치만 사고 출근을 하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나만의 일상이 되었다. 매번 복권을 살 때마다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나는 ‘내가 만일 복권에 당첨되었다면?‘ 과 같은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의 상황을 가정하며 그것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것은 매주 반복되는 일이지만 매번 지겹지도 않고 항상 복권이 당첨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며 갑자기 없던 힘도 솟아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복권 사기를 멈출 수가 없다. 일주일을 ‘혹시 내가 복권에 당첨된다면?’과 같은 만약을 가정하여 이것저것 기분 좋은 상상을 하다 보면 일주일이 금세 지나가버린다. 매주 토요일마다 내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왠지 두근거리고 마는 나의 가슴을 부여잡으며 결과 발표를 기다리다 확인을 하면 역시나 꽝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일주일 동안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버틸 수 있었으니 그거면 됐다. 어차피 진짜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저 나에게 복권이란 ‘행복한 상상을 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어떻게 보면 현실을 잠깐 탈피하여 조그마한 희망을 갖기 위해 하는 행동이랄까.


아무튼 나는 복권이 당첨될 사람은 한 장을 사도, 평생을 사지 않다가 호기심에 한 장을 사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많이 사봤자 소용이 없고, 그 무수한 확률을 뚫고 내가 당첨될 것이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아마 복권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대게 나와 같은 마음으로 복권을 사는 것이 아닐까. 진심보다는 ‘혹시나’ ‘혹여’ ‘설마’와 같은 마음으로 복권이 당첨되었을 때의 행복한 상황들을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그래서 나는 이 복권사기를 멈추지 못할 것 같다. 매주 월요일마다 2천 원씩 복권을 사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기다려지는 나만의 자그마한 낙이 되었고, 일주일을 또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일 출근길에 또 복권을 사고 있는 내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종종 ‘3등은 한 번 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기도 한다. 쉽지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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