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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un 25. 2023

한 달마다 찾아오는 ‘그 녀석’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6/05의 기록)

오늘 아침부터 싸한 기분이 들더니 역시나 생리가 터지고 말았다. 아직까지도 주기는 불규칙하지만, 이제 나의 자궁과 교감까지 할 수 있는 지경에 오르게 된 나는 미리 생리가 터질 날을 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젠 높은 확률로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어버린 것이다. 항상 한 달에 한 번 맞이하고 마는 이 놈의 지긋지긋한 생리. 한 달 그러니깐 총 4주 중 2주 정도를 호르몬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끔찍하다. 고작 한 달 중 2주만이 상쾌하고 자유로운 날이라니.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가 아닌가. 앞으로 이렇게 20년 정도를 더 살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조금, 아니 무척이나 아찔한 기분이 든다. 생리가 끝나고 다음 생리를 할 때까지 시간의 텀이 긴 듯하면서도 짧다. 항상 ‘생리를 12번만 하면 1년이 지나가버리네’라는 생각을 하면 1년이 무척 짧은 것 같이 느껴진다. 저번 달 생리가 끝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나 생리를 또 시작할 때가 되면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생리를 할 때마다 지독한 생리 전 증후군을 겪는 나는 배란통, 식욕증진, 심한 감정기복, 피곤함상승, 부종 등등 겪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겪고 있다. 생리를 하는 일주일 말고도 그전부터 이미 생리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생리통도 심한 탓에 미리미리 약을 사다 놓는 것이 이제는 필수가 되었다. 심할 때는 이틀 만에 약 한 통을 다 비우기도 한다. 매번 겪는 이 고통이 너무나 싫어 ‘자궁은 왜 있는 것인가..’라며 불쑥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도 하지만, 만약 또 자궁이 없더라면 그만큼의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자궁은 정말 내게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인 존재이다.


영원히 여자들만 아는, 여자들밖에 알 수 없는 이 찝찝하고 기분 나쁜 경험. 생리의 양이 너무 많아도 그렇다고 너무 적어도, 기간이 너무 길어도 기간이 너무 짧아도, 너무 자주 해도 너무 오래 안 해도, 문제가 되고 여자들의 속을 썩이는 이 놈의 생리. 생리를 하는 것은 너무나 싫지만 그렇다고 또 안 하면 그만큼이나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되는, 그래서 차라리 꼬박꼬박 하는 것이 낫고, 생리를 할 때마다 내심 안심하게 되어버리는 이 현실. 어떨 땐 ‘생리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닌가’라는 말도 안 되는 그런 생각까지 들 때도 있다.


과연 지금은 괴롭기만 한 생리가 생리를 졸업하는 날엔 어떠한 기분을 들게 할까. 그래도 20년 넘게 같이 동거동락해 온 친구 같은 존재라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이 크려나. 나는 종종 아직도 까마득한 그날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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