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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ul 01. 2023

너무 행복하면 조금은 두려워지는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6/09의 기록)

오늘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함에 절여진 몸을 일으켜 간신히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고는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날씨가 오락가락했지만 그래도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오래간만에 가족들과 어딘가로 떠난 것이 여행을 하는 내내 계속해서 나의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 그래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것보다 더 행복한 순간들을 앞으로 함께 또 경험할 수 있겠지. 이것이 마지막이면 어떡하지.‘하는 조금은 두렵고 센치한 기분을 느꼈다. 그런 것이 있지 않나. 지금이 너무 행복하여 이 행복이 여기서 끝일까 봐 두려워지는 감정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것보다 무수히 많은 행복이 내 앞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두려운 감정을 저편으로 밀어버렸다.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우도에서 자전거 탄 것을 말할 것 같다. 나 빼고 모두가 힘들었던 자전거 타기지만, 나는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직접 눈에 담으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곳을 달린 것이 너무나 꿈만 같았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자연풍경에 마치 내가 정말로 꿈 속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이 풍경을, 이 경험을 할 수 있게 살아있는 것이 감사하다고 느껴졌다. “와 너무 좋다”라는 말이 매 순간 저절로 나왔다. 그 우도의 길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자전거 타기를 멈추고 싶지 않다는 그런 생각마저도 들었다. 이 자전거 타기가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올 것을 알기에 그 시간들을 멈추고만 싶어졌다. 마치 처음 놀이동산에 간 어린아이처럼 그 순간들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감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풍경들을, 그 감정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순식간에 3박 4일이 지나가버려 아쉽기만 하다. 내일 다시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어쩌면 이 여행이 긴 꿈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도 들게끔 한다. 하지만 이 기억들로 난 또 한동안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매번 여행을 기다리는 설렘과 그 행복한 기억들로 삶을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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