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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ul 19. 2023

“오늘 만날래?”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6/23의 기록)

mbti에서 j의 비율이 무려 99% 나오는 내가 유일하게 즉흥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단 두 명 언니와 동생뿐이다. 나에게 약속이란 최소 하루 전에 잡아야 하는 것으로, 갑작스러운 약속은 내가 미리 계획했던 하루가 흐트러지기 때문에 용납할 수가  없다. 항상 메모장에 그 다음 날 해야 하는 것들을 미리 적어놓는 것이 습관이 된 나는 갑작스러운 연락과 약속이 너무나도 싫다. 이제껏 친구의 갑작스러운 “나와서 놀자”라는 연락에 단 한 번도 오케이를 한 적이 없다. 친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연락이 올 때마다 매번 몸이 좋지 않다던지, 오늘 어디를 가야 한다던지, 이런저런 핑곗거리를 대며 친구의 기분 이 나쁘지 않게 거절하기 위해 애썼다. 나의 거짓말이 들통나 친구가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나름의 배려로서 현실적인 거짓말들을 해가며 친구에게 미안함을 고했다.


그러나, 이런 나에게도 ‘즉흥적인 ‘이 가능한 사람이 있다. 그건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바로 언니와 동생이다. 결코 남에게 먼저 즉흥적으로 “오늘 만날래?”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이 둘에게만은 예외적인 사람이 된다. 갑자기 누워있다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나 예뻐 나가고 싶어질 때 혹은 갑자기 어떤 음식이 당겨 먹고 싶을 때 또는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 나는 그 둘에게 “오늘 놀래?” 라며 메시지를 보낸다. 그럼 나와 같은  j인 그 둘도 즉흥적인 만남을 싫어하지만 나에게만은 예외가 된다. 이렇게 서로에게만은 즉흥적인 사람이 되는 자매들. 하지만 이것도 가까이 살아야 가능한 것으로, 이런 즉흥적인 만남을 가질 때마다 서로가 가까이에 산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일이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만약 멀리 떨어져 살았다면 이런 즉흥적인 만남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이 즉흥적인 만남이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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