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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Aug 17. 2023

ペ らぺら言いたい(술술 말하고 싶어)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7/09의 기록)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 요즘 언어가 통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매일같이 느끼고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고, 상대가 그것을 내가 말한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은 굉장히 대단하고 소중한 일이다. 내가 ‘아’를 하면 너는 ‘어’를 하고, 내가 ‘쿵’을 하면 너는 ‘짝’을 하고, 내가 개떡같이 이야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나의 친구들, 나의 가족들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행복한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표현을 다른 나라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할 때 골치가 아파진다. 우리나라에는 ‘붉다’, ‘불그스름하다’, 발그스름하다’, ‘발갛다’, ‘벌겋다’ 등 붉음을 나타내는 말이 여러 가지 있고, 우리는 이것들의 작지만 미묘한 차이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영어는 단지 red, 일본어는 赤い(아카이) 이렇게 한 가지씩의 단어들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식의 표현을 다른 말로 표현하고 상대에게 전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런 경우에는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할 수가 없어 계속해서 표현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의 심정과 기분을 한국말로 술술 거침없이 내뱉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행복한 일이다. 아직 일본어 실력이 좋지 않은 나는 나의 기분을 표현하고자 할 때마다 말이 장황해지고 나의 저조한 일본어 실력에 가슴만 답답해진다. 한국말로는 술술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일본어로만 하려고 하면 자꾸 입에 뭐라도 문 것처럼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하.. 진짜 한국친구들과 ペ ら ペ ら(술술) 이야기하고 싶다. 그렇게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언어는 또한 그 나라의 문화와 빠지려야 빠질 수 없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언어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것처럼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아야지만 이해할 수 있는, 이해될 수 있는 표현과 단어들이 있다. 분명 외국인들에게는 어려울 우리나라의 정서와 문화에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표현들을 한국인인 난 당연히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일본에서 외국인인 나는 그 나라의 문화를 깊숙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언어를 배우는 외국인들과 똑같은 입장이다. 외국인의 입장을 여태껏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는 이제야 주위의 외국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거나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대단함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심지어 한국어패치가 완벽하게 된 외국인의 경이로움을.. 그들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왔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해지고 존경스러워진다. 과연 나에게도 완전한 일본어패치가 되는 날이 올까. 역시 다른 나라의 말을 구사하는 것은 너무나도 긴 여정이며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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