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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Sep 14. 2023

드디어 도쿄에서의 첫 외출..!

도쿄 워홀일기 3 (2023/09/05)

오늘은 드디어 도쿄에서의 첫 외출이다. 나와 같이 일본에 온 자매들은 일주일 동안 여행을 하고 돌아갈 예정이라, 그 여행의 첫 번째 장소인 신주쿠에 가기 위해 나는 아침 일찍부터 버스에 타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다. 그랬더니 분명 어제는 너무나도 힘이 들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정말로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내가 생각한 딱 일본의 풍경이었다. 청량하면서도 맑은 날씨에 반듯반듯하고 깨끗한 집들과 초록색의 자연들로 둘러싸인 이곳은 정말 내가 생각한 일본의 모습이었다. 집이 도심지와 조금 떨어져 있는 탓에 조용하고 주변이 초록색의 자연들로 뒤덮여 있는데, 그것이 나는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이 풍경을 맑은 정신으로 다시 보니 새삼 내가 일본에 와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 버스가 오자 나는 ‘그래, 이게 바로 일본이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버스에 올라 내 인생 첫 신주쿠로 향했다.


말로만 듣던 신주쿠는 막상 가보니 서울과 너무나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아주 조금의 실망감이 들었다. 역시 도시는 다 비슷한 건지 사람이 많고 높은 건물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일본만의 특별한 분위기는 별로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이 화려하고 크고 넓은 곳에 나 또한 속해있다는 것이 나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이제 일주일 뒤면 돌아가는 자매들과 달리 나는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면서도 왠지 모를 설레는 마음을 들게 했다. 그렇게 아직도 한창 무더위인 일본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한껏 도쿄를 만끽했다. 그렇게나 가고 싶던 아키하바라와 하라주쿠에도 갔다. 하지만 이곳도 한국의 홍대와 성수와 비슷한 느낌에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 탓에 내가 기대했던 모습은 오히려 집 근처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하루종일 어제와 달리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도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도쿄를 한껏 만끽하자 어느새 밤이 되었다. 저녁으로는 일본 하면 빠질 수 없는 라면을 한 그릇씩 먹고, 내일을 기약하며 나와 달리 숙소를 잡은 자매들과 헤어져 혼자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이 밀려왔다.


이 감정은 우울하면서도 설레면서도 불안하면서도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우면서도 외로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모양의 감정이었다. 몇 분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나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에 벌써부터 ‘이게 바로 타국 생활인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유리창에 비치는 도쿄의 야경 속에 속해있는 내 모습이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내 뒤에 서 있는 수많은 일본사람들 속의 일부 같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나는 그 유리창에 비친 모습들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그 이질감과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다. 오늘 하루는 온통 놀면서도 왠지 모를 우울함을 씻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를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이제 자매들과 헤어지고 나면 나 혼자 이 생활을 헤쳐나가야만 하며, 앞으로 내 앞에 펼쳐져있을 수많은 일들이 두려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유리창 너머의 도쿄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나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나에게 의문이 들었고 질문을 던졌다. ‘나는 과연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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