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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Sep 17. 2023

나의 일본 여행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도쿄 워홀일기 6 (2023/09/08)

오늘은 아침부터 배가 심상치 않더니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을 연속으로 두 번이나 갔다 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속이 갑자기 오늘 아침부터 이상해져 나는 나갈 준비를 하기 전부터 두려운 기분을 느꼈다. 어제 먹은 마라탕이 문제였던 것인지, 아니면 긴장이 풀린 탓에 어젯밤 편의점에서 사 온 음식들을 이것저것 주워 먹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 둘 다였던 것인지 하루종일 속이 좋지 않을까봐 나는 걱정이 되었다. 이런 나의 걱정스러운 마음과는 별개로 계속해서 신호가 오는 배에 나는 그 이후로도 두 어번을 더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렇게 몇 번을 갔다 오자 속이 조금은 진정되어 곧바로 언니가 그렇게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빵집에 갔다. 역시 현지인기빵집답게 우리가 도착했을 때부터도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밥은 포기할 수 있어도 빵은 포기하지 못하는 일명 ‘빵순이’인  나는 빵이 너무나도 먹고 싶었지만, 차마 오늘 아침의 상황과 나의 상태를 보니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 그저 자매들이 먹는 빵을 슬프게 바라보며 그녀들에게 최대한 자세한 맛의 묘사를 구걸했다.


그렇게 간단한 아침식사(나를 제외한)를 마치고는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라는 곳으로 향했다. 오기 전 동생이 말해준 산넨자카에서 넘어지면 3년밖에, 니넨자카에서 넘어지면 2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미신을 들었던지라, 최대한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언덕을 올라갔다. 마침 이 날이 일본의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수학여행 혹은 소풍이었는지 그곳의 절반 이상은 일본의 학생들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온 거리는 바글바글했는데,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기가 빨리는 우리는 최대한 빠른 구경을 마치고는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곧바로 은각사라는 곳을 가기 위해 버스에 탔는데, 우리가 버스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갑자기 하늘에서 마구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비에 당황을 한 우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급히 카페를 찾아 잠시 쉬다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곳의 사장님이 무척이나 영어를 잘하셔서 나는 왠지 모르게 의기소침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내가 왜?) 영어가 난무하며 활발한 프리토킹이 펼쳐지는 그곳에서 우리만 너무 I 같았다. 우리는 그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들을 들으며 “야,, 저 사장님.. 분명히 E일 거야. 분명해..” 라며 사장님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렇게 여기가 일본인지 미국인지 모를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 비가 그쳐 슬슬 나갈 준비를 했다. 그렇게 곧바로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는데 사장님이 갑자기 후다닥 우리를 뒤따라 나오시더니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 라며 우리에게 한국말을 건넸다. 예상치도 못한 그 인사에 우리는 잠시 당황을 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는 셋이 거의 동시에 “어어.. 네 감사합니다!”라며 웃으며 사장님께 한국말 인사를 건넸다. 여태껏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만 남발하다 오랜만에 하는 “감사합니다”에 왠지 모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이걸 보고 또 “ 봐 저 사장님 무조건 E라니깐?” 라며 사장님이 E인 것을 확신했다.


자연에는 딱히 흥미가 없는 우리는 10분 컷으로 은각사를  둘러보고는 원래의 다음 목적지인 치쿠린이라는 대나무숲으로 가려다가, 이 여행으로 조금은 P가 되어 즉흥적으로 어제 비가 와서 잘 보지 못한 가모강 구경을 하러 가모강으로 향했다. 가모강에 앉아 흐르는 강물들을 보며 그 풍경을 구경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소나기가 내린 탓에 오랜만에 무지개도 볼 수 있었고, 마침 버스킹을 하는 아저씨도 볼 수가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멍하니 구경을 하다, 아깐 산 당고가 불현듯 떠올라 주섬주섬 가방에서 꺼내 한입 두 입 베어 물기 시작하는데, 그와 동시에 슬슬 배가 아프오기 시작했다. 아까 점심에 먹은 소바가 괜찮았던지라 아침의 일은 까마득히 잊고 있던 나는 슬슬 아파오는 배에 아침의 일이 점점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래도 일단 저녁은 먹어야 했기 때문에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 들어가서 나는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아까 먹은 떡을 기점으로 계속 배가 아파오더니 결국 배가 아파 시킨 규동을 거의 먹지 못했다. 그렇게 자리만 지키다 나온 나는 상황의 심각함을 느끼고는 곧바로 약국으로 향했다. 아직까지는 내 증상을 완벽하게 설명할 정도의 일본어 실력이 없는 나는 일단 번역기를 켜서는 내 상태를 적어 약사에게 보여줬다. 그랬더니 약사는 그것을 보고는 내가 일본어를 전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코리아?”라고 하며 핸드폰을 켜서는 번역기에 일본어로 말을 했다. 하지만 듣는 것은 할 수 있던 나는 그 약사의 질문에 “はい(하이)”라며 대답을 했고, 그 말에 조금 민망해진 약사는 내게 일본어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聞くのは出来ます(듣는 건 가능해요)” 라며 대답을 했고, 나의 그 말에 약사는 곧바로 내게 약 하나를 추천해 주었다. 약사의 설명이 조금 알아듣기 어려운 와중에 “臭いです(쿠사이데스)”라는 말은 명확히 들은 나는 속으로 ‘냄새가 별로인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뭐 냄새가 좋은 약은 없지‘ 라며 그 말을 가볍게 넘겼다. 그리고는 약을 사서 곧바로 먹으려고 하는데, 옆으로 다가온 약사는 또다시 “臭いですが、大丈夫ですか?(쿠사이데스가, 다이죠부데스카?) ” 라며 냄새가 고약하다는 말을 또 한 번 했다. 그 말에 나는 그제야 ‘냄새가 나쁘면 얼마나 나쁘다고 이렇게까지 강조를 하지’라고 생각을 하며 곧바로 약의 뚜껑을 여는데, 너무나 강렬한 냄새가 코를 뚫고 들어왔다. 약사의 말 대로 めっちゃくちゃ臭い(멧챠쿠챠 쿠사이)한 냄새였다. 냄새를 맡자마자 ‘이래서 냄새가 나쁘다고 계속 그렇게 이야기를 했던 거구나’ 라며 약사의 말이 단번에 이해가 갔다. 그렇게 세 알을 따듯한 물에 꿀꺽 삼킨 나는 나의 배가 잠잠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숙소로 향했다.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달리 나는 그날 새벽까지도 계속해서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 과연 나의 워홀은, 나의 여행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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