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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Sep 18. 2023

오사카에서 느낀 김첨지의 기분

도쿄 워홀일기 7 (2023/09/09)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 않은 것과 별개로 오사카로 이동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어제저녁부터 새벽까지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던 나는 아침부터 기운이 없었다. 하지만 일단 오사카로 이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없는 기운을 끌어모아 지하철을 타고는 오사카로 향했다. 오사카에 도착해서도 난바역에서 주유패스를 실물수령해야 했는데, 이놈의 수령하는 안내소가 너무나 찾기 어려워 한 30분을 헤맸다. 가뜩이나 아픈 배에, 없는 정신에, 양손에 짐을 한가득 들고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니 예민이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나뿐만 아니라 자매들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나와 같이 하늘 끝까지 예민한 상태였다. 그래도 어찌어찌 찾아 주유패스를 받고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언니는 나에게 그냥 오늘 하루 쉬는 게 어떻겠냐고 휴식을 권했다. 어차피 장염으로 뭘 먹어도 다 쏟아내는 탓에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던 나는 웬만하면 “아니야, 그래도 놀러 왔는데 나가야지”라고 거절을 했을 테지만 오늘은 너무나도 힘이 들어 그냥 알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그렇게 둘이 나가 오사카의 오후를 만끽하고 있을 시간, 나는 혼자 호텔에 누워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갑자기 따듯한 욕조에 들어가고 싶어져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온몸이 노곤해질 때까지 욕조에서 몸을 담그다 슬슬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해 얼른 씻고 나와서는 침대에 누워 ’ 나는 자연인이다 ‘ 를 보며 힐링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잠이 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어느새 7시가 되어 밖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나는 맑은 정신과 한결 가벼워진 몸을 느끼며 오늘 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뒹굴뒹굴 거리고 있자 자매들이 돌아와 나는 그들에게 나 대신 오늘 한 것들과 산 것들을 구경시켜 달라고 했다. 그렇게 그들이 들려주는 얘기를 들으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갑자기 문득 이제 여행이 2일밖에 남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급격하게 아쉬워지며 앞으로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생활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자매들과 헤어지는 것도 무언가 우울해져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게 오늘 밤은 여러 생각들로 한참을 뒤척이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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