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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Sep 19. 2023

타코야끼는 먹고 돌아가야하지 않겠어?

도쿄 워홀일기 8 (2023/09/10)

오늘이 어찌 보면 여행의 마지막날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라면 내일까지이긴 하지만 내일은 점심을 먹고는 곧바로 헤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오늘이 어떻게 보면 자매들과 즐기는 마지막 여행날이다. 그래서 아침부터 그 생각 때문인지 기분이 조금 싱숭생숭하며 우울했다. 하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는 곧바로 호텔에서 나와 아점을 먹으러 갔다. 호텔 근처에 음식점이 모여져 있는 상가가 있어 그곳으로 가 뭘 먹을지 구경을 하는데, 마침 한식을 파는 가게가 있어 우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며칠 전부터 한식이 미친 듯이 먹고 싶었던 나는 너무나 좋았지만, 그 많은 음식들 가운데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단 한 가지, 매운맛이 0단계인 순두부찌개뿐이라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시켰다. 안 그래도 어제 하루동안 포카리만 마신 탓에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을 자신이 있던 나는 오랜만에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음식에, 그것도 한식에 살 것 같았다. 입으로는 맑은 순두부찌개를 넣으며 눈으로는 계속해서 김치찌개를 먹고 있는 언니와 동생을 좇았다. 다행히 순두부를 먹고 난 후에도 괜찮은 속에 조금 안심이 되며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한구석에 ‘여행의 마지막날인데 이것마저 망칠 수는 없어’라는 생각이 있었던지라, 잠잠한 배에 조용히 혼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곤 언니가 가고 싶다던 빵집에 들러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맑은 하늘에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맑은 하늘에 장대비가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리니 그 광경은 무언가 큰 이질감을 들게 했다. 마치 누가 일부로  비를 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맑은 하루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내렸다. 우리는 그 비를 피하기 위해 공원으로 향했다. 근처 의자에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보며 빵을 먹는데, (물론 나를 제외하고) 너무나 먹고 싶어 참을 수 없었던 나는 화장실 갈 것을 각오하고는 빵을 조금 베어 물어 먹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도 속이 괜찮아 이대로 저녁은 일반식으로 먹어도 되는 걸까 하는 조금의 기대감이 들었다.


이 비를 시작으로  날씨가 급격하게 흐려지더니 오후는 내내 흐렸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아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마지막 여행을 만끽했다. 그리곤 여행의 마지막 날답게 쇼핑을 했는데, 그 덕에 언니와 동생은 양손이 무거웠다. (그녀들은 무려 곤약젤리 40 봉지를 샀다.. 대단해... ) 양손 무겁게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그래도 일본에 왔는데 타코야끼는 먹어보고 돌아가야 하지 않겠냐며, 옷을 다시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숙소 근처에 있는 타코야끼 집으로 향했다. 도착한 타코야끼 집은 우리 말고도 사람들로 붐볐다. 그 속에서 일반 타코야끼와 파 타코야끼를 하나씩 시키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미 이곳에 오기 전부터 ‘몰라 먹을 거야’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던 나는 그 영롱한 빛깔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무려 6알을 먹어버렸다. 그렇게 오랜만에 먹는 밀가루, 타코야끼의 맛은 끝내줬다. 그 이후로 숙소에 돌아와서도 장염이 나은 것인지 멀쩡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상태로 씻고 누워 마지막날이다 보니 자매들과 조금 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피곤한 나의 몸은 나를 금방 잠으로 빠져들게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여행의 마지막 밤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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