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 Sep 20. 2023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도쿄 워홀일기 9 (2023/09/11)

오늘은 대망의 마지막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어나자마자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공허감이 나를 뒤집어 감쌌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애써 내색을 하지 않으며 평소와 똑같이 준비를 마치고는 곧바로 체크아웃을 하러 나왔다. 체크아웃을 끝낸 우린 그대로 밥을 먹으러 갔는데, 다들 이게 올해 어쩌면 함께하는 마지막 점심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말이 없었다. 아침부터 좀 우울해 입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장시간 이동할 것을 생각하여 들어가지 않는 오므라이스를 억지로 입에 쑤셔 넣었다.  그리곤 음식점에서 나와 서로 말없이 걷다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다가와 역 앞에서 인사를 나누는데, 나는 그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우는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애써 밝은 척을 하며 웃어 보였다. 그래도 눈물이 날 것 같아 이를 꽉 물었다. 이런 기분은 난생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평생 이곳에 있을 것도 아니고 고작 1년 정도 보지 못하는 것인데, 무언가 나는 너무나 외로운, 이 세상에 나 홀로 떨어진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서로 슬픔을 뒤로한 채,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잘 지내라는 인사를 건네고는 서로를 뒤로한 채 각자가 가야 할 곳으로 향했다. 그들에게서 돌아서 드디어 역으로 향하는데 나는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아 잽싸게 고개를 숙이고는 길을 걸었다. 이제 앞으로는 정말 혼자라는 생각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혼자였더라면 조금은 나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일주일씩이나 같이 있다보니 이제 나 혼자 일본에 남겨진 상황이 너무나도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솔직히 그들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돌아가서 엄마표 김치찌개도 먹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도 만나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원래는 호기롭게 야간버스를 예약했었지만, 컨디션도 좋지 않고, 9시까지 오사카에서 혼자 짐을 갖고 그 시간까지 버틸 자신이 없어 어제 급하게 신칸센을 예매했다. 하지만 신칸센의 시간을 너무 늦게 예매한 탓에 무려 역에 도착하고도 2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14시 39분, 다시 도쿄로 향하는 신칸센에 몸을 싣고 나는 도쿄로 향했다. 마침 출발하기가 무섭게 내리던 비는 나의 마음 같았다. 앞으로 놓여 있을 많은 일들과 어쩌면 험난한 생활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 느껴보는 외로움과 두려움이었다. 평소 외로움에 강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막상 타국에서 겪는 외로움은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게 비 오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여러 생각에 잠겼다. 생각에 잠기다 보니 어느새 도쿄역에 도착을 했고, 그 상태 그대로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고 는 집으로 향했다. 어쩌면 조금 익숙해진 동네를 지나 드디어 도착한 4일 만에 다시 온 집은 내가 나오기 전과 똑같은 풍경이었다. 그 조용하고 쓸쓸한 방 분위기에 나는 다시 한번 또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꾹 참고는 짐을 풀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메모장에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일들에 아까의 울적함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내일부터는 정말로 시작될 나의 워홀이 조금은 두려워지며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잘 헤쳐나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타코야끼는 먹고 돌아가야하지 않겠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