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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Feb 19. 2024

툭, 툭

주절거림

하늘에서 끊임없이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위에서 무슨 슬픈 일이 일어난 것인지 비는 그칠 기세를 보이지 않고 그저 하염없이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그들은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을 적시고 말겠다는 듯, 잠시도 쉬지 않고 비를 내려보낸다. 그들의 그 강렬한 의지에 비는 고요하지만 끈질기게 땅을 적신다. 툭, 툭 물방울들이 땅에 사는 모든 것들의 위로 떨어진다. 그들의 눈물이 생명체의 얼굴을, 표면을 적신다. 그들의 슬픔이 땅 위의 생명체들에게 옮겨진다. 그들의 아픔이 땅 위를 적신다. 어느새 우리는 그들의 슬픔을 느끼고 있다. 뭐가 그렇게 서러워 하늘은 우리에게 그 슬픔을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 것일까. 하늘 위를 잠시간 올려다보며 이 슬픔이 언제까지고 지속될지 짐작해 본다. 창문 너머로 펼쳐진 깜깜한 밤하늘 속에서도 투명한 빛이 반짝거린다. 그들의 슬픔은 사무치게 아름답다. 내일 아침 하늘의 눈물과 슬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거리를 떠올려 본다. 그것으로 하늘은 괜찮아졌을까. 땅 위의 것들과 그 슬픔을 공유함으로써 그들의 고통이 조금은 옅어졌을까. 우리는 다시금 그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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