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그녀 앞에만 서면 나는 언제나 무장해체. 한없이 풀리는 표정과 헤벌레해지는 입술. 아무리 올리지 않으려 노력해도 결국에는 올라가고야 마는 입꼬리. 단단한 나의 마음과 표정을 한 순간에 풀어헤치게 만들어 버리는 그녀의 존재. 그녀와 만나면 평소에 하던 ‘어른스러운 척’을 잠시간 내려놓고 다시금 그 어린아이로 되돌아간다. 그동안 꾹꾹 눌러놓았던 어리광을 피우며 그녀에게 한껏 응석을 부린다. 그럼 그녀는 나의 이런 과장된 응석을 모르는 척 받아준다. 그 따뜻함에 그동안 차갑게 얼어있던 나의 마음은 단숨에 녹아내린다. 그 순간만큼은 다시금 흐물흐물한 마음을 갖는다. 결국에는 다시 꽝꽝 얼어붙어버리고 말 테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뜨거운 마음을 가진다. 그런 따뜻함에 눈물이 차오른다. 잊고 살던 따스함에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진다. 굳은살이 박혀있던 나의 마음을 아주 여린 살로 되돌리는 그녀. 더 이상 마음의 한기를 느끼지 않게 해주는 그녀. 이 세상에서 나를 무장해체 시키는 유일한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