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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Feb 24. 2024

그 아이는 존재했던가?

주절거림

그 조그맣던 아이는 어느새 이렇게 자라 버린 것일까. 원래 그 아이는 존재했던가? 그 무척이나 뽀얗고 여렸던 살들은 언제 이렇게 거칠고 사나워진 것일까. 앙증맞던 두 손이, 한 손에 다 들어오던 그 자그마한 두 손이 언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커져버린 것일까. 언제든 붉게 물들어 있던 뺨은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 것일까. 소곤소곤 높낮이가 크지 않던, 간질간질하던 그 목소리는 언제 자취를 감춰버린 것일까. 1미터가 간신이 넘던 그 키는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 내려다볼 정도로 커버린 것일까. 맑은 눈동자의 빛은 언제쯤 그 빛을 잃어버린 것일까. 가까이 가면 솜털이 다 보일 정도로 깨끗하고 보드랍던 그 얼굴은 언제 이렇게 옛날의 모습을 서서히 지워나간 것일까. ‘생장’의 결과는 많은 것들을 잃게 만들었다. 그 ‘성장’들에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아쉬움과 씁쓸함은 두 번 다시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이기에 생겨나고야 만다. 많은 것들을 맞바꾸어 우리는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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