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를 느낄 때마다 불쑥

주절거림

허기를 느낄 때마다 불쑥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왜 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도 제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고파오는 것일까. 단 한 번도 내 배꼽시계는 오작동을 한 적이 없다. 매일 주인의 기분이,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그것에 상관치 않고, 그저 본인의 맡은 바를 열심히 다할 뿐이다. 그럼 나는 그럴 기분이 아니지만 고파오는 배에,  뱃속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에 참지 못하고는 그만 벌떡 일어나 곧바로 냉장고로 향한다. 그렇게 냉장고를 뒤지며 ‘오늘은 정말 먹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니, 먹고 싶지 않았는데..'라며 혼자 중얼거리곤 괜히 시무룩해져서는 제때마다 고파오는 제 배가 원망스러워 제 배를 흘겨 본다. 그리곤 ‘아니, 이놈의 배는 왜 맨날 꼬박꼬박 고파오는 거야. 하루라도 안 먹으면 어디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냐구‘ 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나의 배는 하루라도 굶으면 그깟 하루를 굶는 것 가지고도 매우 요란스러워진다. 아니, 배뿐만 아니라 내 온몸의 세포들과 기관들은 모두 비상에 걸린다. 세포들은 너와 나 할 것 없이 내 몸 깊숙한 곳에 비축해 둔 지방과 포도당을 사용하기 바쁘다. 주인의 속도 모른 채 온몸의 세포들과 배는 내게 음식 좀 달라며 닦달을 해댄다. 그럼 난 결국 그것들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샌가 허겁지겁 음식들을 내 뱃속과 입 속에 가득 채우고 있다.

너무나 우울하고 슬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조차 나의 배꼽시계는 어김없이 울린다. 제 주인의 속도 모르고. 하지만 이렇게 배꼽시계가 요란한 것 또한 내게 그래도 살라고,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살라는 의미같이 느껴져서 불쑥 짜증이 치밀다가도 "그래 먹어서 힘내야지, 힘내야 이것들과 싸우지" 라며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