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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Mar 14. 2024

‘어른’이라는 먼 길

주절거림

어른이란 무엇일까. 나이는 한 살 두 살 먹어가는데 나는 점점 애가 되어가고 있는 것만 같다.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어른'이라는 것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대체 어른이란 무엇일까. 어릴 적부터 봐왔던 미디어 속의 '어른‘들은 그 어린 나의 눈에는 모두 하나같이 다 흔들림 없고,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것에 익숙한, 못하는 것 하나 없는 대단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재 그 '어른'이 된 나는 그들처럼 그러하지 못한다. 그 미디어 속의 '어른'들과는 달리 나는 여전히 두려움도 많고 모르는 것 투성이에 매 순간 흔들리고 갈등한다. 그 어른들의 모습이 현재 내게는 없다. 그들이 마치 허상의 인물들이었던 것처럼 내게는 너무나도 멀게 느껴진다.


당연히 어린 시절에는 그 미디어 속의 그들을 보며 나 또한 저절로 나이를 먹고 ‘어른’이라는 것이 되면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 되고,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것을 상상하며 자그마한 설렘과 일말의 기대감 같은 것들을 가졌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자 어른이 된다고 하여 모두 다 그렇게 되지도 않을뿐더러, 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저 '어른'이라는 것에 너무나 서툴고 마냥 어린아이 같은 나는 이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고 버거워 당장이라고 벗어던지고만 싶다. 나이만 먹으면 ‘어른’이 되는 줄로만 알고 아무런 준비도 하고 있지 않았는데, 어느새 나는 그 상태 그대로인 어른이 되어버렸다. 어른이 되면 저절로 모든 것을 다 알게 되고, 단단한 사람이 되는 줄로만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생각보다 ‘어른’이 되는 그 과정은 너무나도 험난하고 고통스럽고 외로웠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탓에 아직도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넘쳐나며 나 또한 어른이라고 불리기에는 마냥 창피하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어른의 무게가 이렇게니 무겁고도 힘든 것인지를 어른이 되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마냥 멋있고 대단하고 거대해 보이던 그 '어른'이 사실은 별 거 아니었으며, 단지 삶에 대한 무게, 괴로움, 고단함, 인내, 책임과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똘똘 뭉친 집합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 또한 그런 복합적인 집합체이기 때문에 ‘어른’라는 것이 무섭고도 무겁고 불편하기만 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회에서 정해놓은 ‘어른’이라는 틀에 나를 끼워 맞춰보며 지금의 내가 어른인지 아닌지를 홀로 헤아려본다. 하지만 역시나 그럴 때마다 차마 ‘어른’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나 자신에 불안감과 왠지 모를 초조함을 느낀다. 이러다가는 평생 ‘어른’이라는 것이 되지 못할까 봐 혼자 속앓이를 한다. 나는 대체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오늘도 ‘어른’이라는 틀에 나를 끼워 맞춰보며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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