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평상시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문득 주변사람들에게 이름이 불릴 때면 그것이 새삼 좋을 때가 있다. 이것은 바로 나와 일정 거리 이상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친근감의 표시이자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은 일종의 선. 그 선을 넘은 사람들이 내게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성을 제외한 나의 이름을 불러 줄 때면 난 내 이름이 이렇게까지 달콤하고 좋았었나 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종종 그렇게 상대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전해져 오는 그들의 애정과 사랑이 느껴질 때면 괜히 마음 한 구석이 간지러워지고 따뜻해진다. 하루종일 딱딱한 음조로만 불리던 내 이름이 그들의 입에서 부드럽게 흘러나올 때면 황홀감에 빠지기도 한다. 분명 아까 전까지는 싫던 내 이름이 갑자기 좋아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평생 수 천 번도 더 불릴 이름 가운데 이렇게 따뜻한 음성으로 불리는 순간이 단 한 순간이라도 있다면 나는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