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평상시에는 잘 느껴지지 않는 것들이 유독 선명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다. 예를 들어 매일 끼는 은바지의 감촉이 유달리 차갑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거나 구레나룻에 삐죽 튀어나온 머리카락 몇 올이 눈에 띄게 거슬리는 날이 있다거나 새끼발가락의 존재감이 특별히 선연하게 느껴지고 눈 밑에 있는 점이 굉장히 크고 진하게 느껴지는, 그런 어제 혹은 일주일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사소하고 변함없는 것들에 이따금씩 그 존재들이 크게 느껴지거나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 그 순간에는 항상 일직선과 같은 내가 잠시간은 위로 솟거나 아래로 솟은 것이겠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익숙한 것들이 어느 날 유독 특별하게, 특이하게, 선연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에게 어떤 파동이 일어난 것이겠지. 그러나 그런 파동은 아주 잠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일어났던 그 굴곡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화를 찾고 길고 긴 일직선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