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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의 묘미

주절거림

by 구름

혼자 여행의 묘미란 바로 사람들 틈 사이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다는 점. 난 그 점을 사랑해 괜스레 훌쩍 버스를 타곤 그들 틈에 조용히 끼어들어 언제나 시치미를 뗀다. 버스가 미어터지는 퇴근길에는 나도 마치 퇴근길인 것 마냥 인상을 팍 쓰곤 그들에게 동화된다.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며 이 사람들과 나의 다른 모습 따위를 찾는다. 조금 신기한 옷차림, 묘하게 다른 외모, 이국적인 냄새는 언제나 내게 새로운 자극이다. 그들 또한 나를 살피기 때문에 서로에게는 조용한 시선교환만이 오간다. 그 시선교환은 언제나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곤 ’싱긋‘ 미소 짓는 일로 끝이 난다. 간혹 가다 그 끝이 미간을 구기는 일로 끝나는 일이 더러 생기기도 하지만.


그 자극에 적당히 익숙해지면 그다음은 신중하게 여행지에 어울리는 노래를 골라 귓구멍에 이어폰을 꽂고는 창밖을 응시하며 그 너머의 모습들을 두 눈에 고스란히 담는다. 언제 어디서든 그 모습들을 곧바로 틀어볼 수 있도록.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두 눈을 감고 그때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내가 두 눈으로 촬영했던 모습들이 내 안에서 다시 재생된다. 그럼 그때의 온도와 습도, 냄새가 다시 되살아나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내 음악함에는 언제나 여행플레이리스트가 따로 존재한다. 그 노래들만 들으면 나는 홍콩이건 유럽이건 일본이건 중국이건 어디든 갈 수가 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찰나의 현지인이 되어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혼자만의 여행은 날이 갈수록 그 매력이 더욱 깊어져만 가 나는 그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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