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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May 01. 2023

예전 관계들이 불편해진 까닭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4/26의 기록)

어느 순간부터 예전 친구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예전 친구들이란 초중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들을 말한다. 나는 왜 이제 이 친구들이 불편해진 것일까. 슬프지만 난 그 정답을 알고 있다.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사람은 변하기 마련인지라 그 시절의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 가치관 혹은 삶의 방식, 취미 같은 것들이 많이 변하고 달라졌다. 어떠한 것들은 그 당시의 나와 한결같은 것들도 있지만, 또 어떠한 것들은 그 당시의 나와 완전히 달라진 것들도 있다. 하지만 예전 친구들의 머릿속에는 예전의 내가 존재하고, 그들은 그때의 나로서 나를 기억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그런 친구들의 예전과 똑같은 나를 대하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낀 것 같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또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의 나는 모른 채 예전의 나만을 기억하고는 나를 대한다. 그것이 불편했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이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시절의 나와 친해진 것이니깐.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흘러 나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뚜렷해지면서 그 당시에는 잘 맞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과도 점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금처럼 예전 친구들을 만나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고, 그 만남과 연락들이 점점 반갑지가 않으며 재미가 없어졌다. 결국 이제 그 만남들이 기대가 되거나 행복하지 않았으며 하나의 일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대학에 들어가 동아리에서 친해진 친구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해진 친구 혹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예전 친구들보다 알게 된 기간은 적지만, 만나면 더욱 편안하고 재밌고 행복했다. 이러한 사실들이 처음에는 너무나 슬프고 괴로웠다.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특히나 사람이란 더욱 변하기 마련인 생물인지라 이러한 것들이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나중에는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리고 고향 친구의 경우에는 같은 지역에 사는 것이 아니라면 고향에 내려가야지만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볼 기회가 적어지고, 그렇게 시간과 장소의 텀이 생기며 서로에 대한 공백이 생긴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처럼 계속해서 붙어 다니며 서로의 삶을 공유할 수가 없다.


최근에 만난 고향 친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그 만남이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다. 항상 그 친구와 만날 때면 우리 둘의 공통 주제인 과거 학창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날따라 나는 그 과거 이야기가 너무나도 듣기가 싫었고 하기가 싫었다. 맨날 하는 그 과거 이야기가 너무 지루했고, 동창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나는 이런 과거 이야기 말고 우리의 현재 이야기, 취미, 관심사와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서로의 공통분모가 이것뿐인 우리는, 본인의 이야기를 하다가도 결국 할 말이 없어져 다시 과거 이야기로 되돌아왔다. 그때 나는 뼈저리게 느꼈던 것 같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구나. 너와 나는 많이 달라졌고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이제는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겠구나’라는 것을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이런 것들을 느껴야만 한다는 것에 조금의 씁쓸함을 느꼈다. 하지만 인연이라는 것이 계속해서 한 곳에 머물러져 있을 수 없음을 알기에 나는 그저 지금의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며 그 인연들에 충실하고, 또 미래에 달라져 있을 나는 그때의 나와 잘 맞는 관계들을 만들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 결국 인간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다른 방향에서 보면 과거에 계속 머물러져 있지 않고 계속해서 변하고 성숙해지는 내가 되었다고, 더욱더 내 생각과 감정이 뚜렷해지고 그것에 충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도 같다. 그러면 이것은 아쉬움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찾게 되었다는 그런 또 다른 의미가 되니 마냥 슬퍼하고 싶지는 않다. 예전의 나는 그때의 그 관계들에 충실하고 진실했으니 후회는 없다. 이렇게 나는 계속해서 나를 찾아가고 변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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