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4/23의 기록)
요즘 갑자기 이사 갈 일이 생겨 집을 알아보고 있다. 그렇게 3년 만에 다시 시작된 집 찾기 지옥... 이사를 가는 것은 좋지만 항상 이사를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그 과정들이 너무나 번거롭고 귀찮다. 앱에 들어가 매물들을 하나둘씩 살펴보며 시간을 내 집을 보러 간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일단은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아닌 나는 집에 나를 맞출 의향이 무려 100%라 서울 안에 있는 모든 지역의 매물들을 찾아보고 있다. 그런데.. 현재 괜찮은 매물이 없다.
며칠 전에는 가격대비 정말 괜찮은 매물을 발견하여 원래 이번 주 토요일에 보러 갈 예정이었지만, 보러 가기 이틀 전에 갑자기 부동산에서 그 매물이 팔렸다는 연락을 받아 굉장히 아쉬웠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다고 계약을 한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그저 내가 그 사람보다 한 발 늦었다는 것을 탓할 수밖에. 그런데 또 그런 괜찮은 매물이 나올지 모르겠다. 역시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만족하는 매물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다 점점 현실에 부딪혀 결국 그 안에서 한두 가지 정도를 포기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도 절대 포기가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벌레와 소음이다. 이 두 가지만큼은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다.
항상 집을 찾으러 다닐 때마다 이것이 바로 서울에 집이 없는 지방 사람의 서러움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제 한 몸 누울 곳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이 고단한 서울살이. 어떨 때는 이러한 것들에 지쳐 ’아 그냥 확 고향에 내려가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서울을 떠날 수 없다. 왜냐, 서울은 항상 나에게 있어 새로운 자극이고, 놓을 수 없는 욕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저 어느 정도 단념을 하며 살아갈 뿐 포기할 수는 없다. 서울은 그 정도로 나에게 유의미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요즘에는 마냥 예뻐 보이던 야경들까지도 왠지 모를 울적함을 가져다준다. 그 수많은 야경들에 포함된 집들 중 과연 내가 발 뻗고 잠잘 수 있는 나의 보금자리가 있을까, 난 언제까지고 이렇게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 떠돌아다녀야만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들로 그 밤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입안이 쓰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내가 선택한 삶이고, 나는 결코 서울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그 선택에 착실하게 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그래도 언젠간 봄날은 오겠지. 지금은 괜찮은 곳을 찾아 이사를 하는 것이 급우선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그저 좋은 매물이 올라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