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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May 14. 2023

언니네 이발관

주절거림들-현재 편

혹시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를 아시나요? 지금은 해체를 한 밴드이기에 모르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이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를 알게 된 것은 좋아하는 밴드의 멤버가 좋아하는 가수라 찾아봤을 때이다. 처음에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의 이름만을 보고는 여성밴드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노래를 틀고 들리는 남성의 목소리에 조금은 당황을 했던 기억이 있다. 밴드는 보컬, 기타, 드럼 이렇게 3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20년간 활동을 했던 인디밴드이다. 지금은 해체를 한 상태이지만, 처음에 좋아하는 가수가 좋아하는 가수라 찾아봤던 것이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는 와중에도 즐겨 듣는 가수의 노래가 되었다. 나는 이 보컬의 미성의 목소리가 참 좋다. 그 목소리와 어우러진 듣기 좋은 템포와 멜로디에 어떤 것을 하면서 노래를 들어도 방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애도’라는 곡과 ‘산들산들’이라는 곡이다. ‘애도’라는 곡은 처음 노래를 듣자마자 꽂힌 한 구절의 가사 때문에 좋아하게 된 곡이다. 노래 가사 중 ‘날씨가 좋구나 너를 잊으러 가야지 하고 너를 추억하러 가는 길이 슬퍼’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 가사가 듣고 나서도 왠지 모르게 내 마음과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항상 이 가사를 듣기 위해 노래를 틀고, 항상 그 부분을 기다리며 노래를 듣는다. 결국 이 가사를 듣기 위해 이 노래를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어느 날은 나는 왜 이 가사가 마음에 드는 것일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왠지 이 가사를 듣고 있으면, 모두들 잊고 싶은 기억과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이 “내가 잊을 거야!” 하고 잊히는 것들이 아니기에, 결국 잊으려고 해도 추억하게 되고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모순이다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아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기에, 그런 것을 살아가면서 매번 겪고 있기에, 그래서 그 가사 자연스럽게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던 것 같다.


두 번째 ‘산들산들’이라는 곡은 처음에는 경쾌한 멜로디가 듣기가 좋았다. 하지만 노래를 듣다 보니 들려오는 가사가 좋아 결국 이 노래도 가사 때문에 계속 찾게 되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아직은 부족하고 평범한 나이기에 두려움과 불안함이 있지만, 그래도 나의 길을 가고 싶다는, 피할 수 없는 것들을 두려워하고 싶지 않다는 굳센 의지 같은 것이 느껴져, 나 또한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내게 용기를 주고 싶어 찾게 된다. 결국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는 가사가 좋아 찾게 되는 것 같다. 한눈에 확 튀는 자극적인 가사가 아닌, 가사를 곱씹고 들을수록 마음을 울리는, 어느샌가 내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그런 진실하면서도 담백한 가사이기에 쉽게 질리지가 않는다. 어쩌면 영어가사가 없는, 한글로만 꾹꾹 담긴 노래들이라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밴드를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해체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완전체의 모습을 이제는 볼 수가 없어 매우 아쉬웠다. 그러다 보컬 이석원 님이 작가로 활동 중이라는 것을 알고는 책을 찾아 읽어보았다.(이때 읽었던 책은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유명한 노래의 제목이자, 이석원작가의 첫 작품인 ‘가장 보통의 존재’이다.) 읽었을 당시, 나에겐 이석원작가님이 쓴 글이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담백한 문체와 유머 있게 풀어쓴 글에 감탄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느끼고 공감하는 부분들을 콕 집어 써 내려간 글들에 처음으로 나도 이 사람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말이라도 무엇에, 어떻게 비유하고 표현하는지에 따라 그 글은 완전히 다른 글이 되며, 사람들이 공감하고 느끼는 정도도 천지차이가 된다. 그런데, 이석원작가님은 굉장히 일상적인 본인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은 문장들로 표현을 하면서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나가는데, 나는 그것에 경탄을 했다. 어떻게 저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저런 표현을 할 수가 없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글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들었다.


그 이후로 이석원 님의 다른 책들을 다 찾아보았다. 그 특유의 문체들이 내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와 다음 책들이 궁금했다. 책을 읽을 때마다 공감되는 좋은 표현들이 많아 읽다 말고 글귀를 적기에 바빴다. 좋은 작가란 어려운 말로 겉만 번지르르한 글을 써 내려가는 사람이 아닌, 일상적인 언어들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글을 써 내려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석원작가의 글을 보면서 느꼈다. 그래서 지금 내게 어떤 글을 쓰고 싶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석원작가님 같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할 것 같다. 이제는 새로운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슬프고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석원 작가만의 그 담백하고 공감 가는 글을 계속해서 볼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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