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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말을 걸던 아침

햇살의 따뜻함

by 김기수

[햇살이 말을 걸던 아침]


창문을 열었을 뿐인데

봄이 먼저 다가와 있었습니다.

살며시 발끝을 간지럽히는 빛.

말없이 어깨를 덮어주는 온기.

마치 오랫동안 나를 기다려준 사람처럼

햇살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잠결에 느껴지는 이불 너머의 따뜻함이

꼭, 다정한 손길 같았습니다.

말없이 등을 쓸어주는 어머니의 손 같고

오래된 안부처럼 익숙하면서도 벅찼습니다.


나는 그 따스함을 조금 더 붙잡고 싶어서

베개 끝에 얼굴을 묻은 채,

아무 말 없이 아침을 듣고 있었습니다.

창밖의 새소리, 먼 곳의 자동차 바퀴 굴러가는 소리,

그리고

그 모든 것 사이에 스며든 빛의 기척.


봄날의 아침은

이렇게 조용하게 시작됩니다.

누구도 재촉하지 않고

그저 ‘오늘’이 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이.



햇살은 때로, 말보다 따뜻합니다.

우리는 가끔 너무 많은 언어 속에서 길을 잃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기도 하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해 스스로를 탓하기도 하죠.


그럴 땐, 가만히 햇살을 바라보세요.

어떤 설명도, 해석도 없이

그저 빛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아침의 풍경.

그 안에 있는 ‘존재의 위로’를 느껴보세요.


햇살은 묻지 않습니다.

왜 울었는지, 왜 혼자였는지, 왜 아무 말 없이 하루를 보냈는지.

다만 옆에 앉아 조용히 어깨를 덮어줍니다.

그 따뜻함 하나로, 오늘 하루를 살아낼 용기를 건네줍니다.


봄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괜찮아, 다시 피어날 수 있어”

라는 무언의 다짐인지도 모릅니다.



햇살이 비추는 나의 책상 위,

반쯤 열린 스케치북과 가지런히 놓인 색연필들 사이로

또 하나의 아침이 피어납니다.


오늘 나는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이렇게 따뜻한 빛 아래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입니다.


햇살이 말을 겁니다.

“너, 참 잘 버텨왔구나. 오늘도 너답게 살아가기를.”


그리고 나는, 그 다정한 속삭임을 잊지 않기 위해

천천히 손을 움직입니다.

한 줄, 또 한 줄,

빛처럼 부드러운 문장으로 오늘을 적어내려갑니다.



봄날의 아침이 당신에게도 말을 걸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말이,

당신의 마음에 조용히 닿아

오늘을 따뜻하게 밝혀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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