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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삶 속에서도 지혜와 진리는 중심을 잡아준다

by 김기수


변화하는 삶 속에서도 지혜와 진리는 중심을 잡아준다


한 그루의 나무가 서 있다.

그 나무는 계절을 나눠 가지곤 했다.

왼편은 눈이 쌓인 겨울, 오른편은 꽃이 피는 봄.

시간이 흐른다. 바람도 지난다.

하지만 그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나는 그 나무 아래에 앉는다.

그곳엔 한 권의 책이 펼쳐져 있다.

글자는 바람에 흩날리지 않고,

잎사귀처럼 살아 숨 쉰다.


지혜는 그렇게 조용히,

우리의 중심을 지켜준다.



시 1 | 중심


세상은 흐르고

바람은 바뀌고

계절은 멈추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것

그것이 진리라 불리는 것



변화는 삶의 전제가 되었다.

어제는 다정했고, 오늘은 조금 냉랭하며

내일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언어로 기다린다.


그럴수록 우리는

무언가 ‘변하지 않는 것’을 붙잡고 싶어진다.

그것이 신념이든, 사랑이든, 한 권의 책이든

혹은 마음속 한 줄의 문장이든.


그 중심이 있어야,

우리는 흔들릴 수 있다.

흔들리되, 부서지지 않을 수 있다.



시 2 | 나무가 알려준 것


뿌리가 깊은 나무는

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꽃이 핀 날에도

자만하지 않았다


진리는

조용히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책의 페이지는 종이가 아니었다.

그건 하루하루의 경험이고,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문장들이었다.


누군가는 고요함 속에서 그것을 발견하고

누군가는 아픔 끝에서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 진리는 다가온다.


그리고 중심에 남는다.



시 3 | 삶의 책


내 삶의 책은

계절을 담은 시집이었다


한 페이지는 눈이었고

다음 페이지는 꽃이었다


그 사이의 여백엔

내가 있었다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삶은 늘 바뀌고, 감정은 물결처럼 일렁인다.

기억은 때로 아프고,

사랑은 자주 멀어지고,

시간은 항상 우리보다 먼저 간다.


하지만,

그 모든 흐름 속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있다.


지혜. 진리. 중심.


그것은 어쩌면

이 나무처럼,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어떤 문장일 것이다.



마무리 시 | 다시 중심으로


삶은 흐르고

나는 걸어가고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흔들리는 건

나를 붙잡는 것이 있다는 증거라는 걸


지혜는 늘 조용했고

진리는 언제나 중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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