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여자, 창밖의 나

창밖의 여자, 창밖의 나 ― 사랑이라는 이름의 그림자

by 김기수


창밖의 여자, 창밖의 나 ― 사랑이라는 이름의 그림자


창가에 서면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그 얼굴은 어쩌면 실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래전 스쳐 지나간 인연일 수도 있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누군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리창 너머로 스며드는 바람과 빛 속에서, 우리는 늘 어떤 존재를 떠올린다. 마치 ‘창밖의 여자’처럼.


노래 속의 그는 창문 앞에 서서 눈물처럼 피어오르는 ‘흰 손’을 바라본다. 손은 단순한 신체가 아니다.

그것은 곁에 머물러 달라는 간절함, 혹은 닿을 수 없는 거리를 상징한다. 사랑은 늘 손끝에서 시작된다.

손을 잡고, 손을 흔들며, 때론 놓치고. 그 모든 과정이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돌아서 눈을 감으면, 그녀는 강물처럼 멀어져 간다. 사랑이란 붙잡으려 하면 흘러가고, 놓아주려 하면 남는 역설 같은 것이다.

강물은 결코 같은 자리에서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그 흐름 속에는 늘 같은 물결의 흔적이 있다.

우리가 과거의 사랑을 떠올릴 때, 그것이 강물처럼 흘러갔다고 말하는 이유는,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흘러간 것이다.


거리 위에 선 그는 바람처럼 떠도는 자신을 본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가로등처럼 곁에 머문다.

멀리 있지만 늘 빛을 비추는 존재, 닿을 수 없지만 방향을 알려주는 불빛. 사랑이란 결국 닿음과 부재가 동시에 공존하는 감정이 아닐까.


노래의 후렴은 무겁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우리는 흔히 사랑을 찬미한다. 영화는 사랑을 구원이라 부르고, 시는 사랑을 영원이라 노래한다.

하지만 정작 사랑을 겪은 사람은 안다. 사랑이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론 치명적이며,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사랑은 우리를 성장시키지만, 동시에 무너뜨린다.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눈물을 더 자주 가져다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찾아 헤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랑은 ‘끝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그 질문 속에는 동의와 반박이 함께 들어 있다.

사랑은 분명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우리가 상처 입고, 부서지고, 다시 일어나는 그 전 과정을 포함한다. 쉽게 주어지는 아름다움이 아니다.


마이클 볼튼의 목소리로 이 노래가 불려진다면, 아마 한 음절 한 음절마다 울부짖는 듯한 호소력이 담길 것이다.

낮게 시작해 점점 높아지는 선율은, 우리가 사랑을 겪는 과정과 닮았다.

처음에는 설렘과 두려움, 이어지는 희망과 환희,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허무와 체념.

그러나 그 끝에서 다시 사랑을 갈망하는 역설. 음악은 결국 우리 마음의 언어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창가에 선 한 남자의 뒷모습을 그린다. 그는 아직도 흰 손을 붙잡지 못했다.

그 손은 닿을 듯 말 듯, 언제나 유리창 너머에 있다.

그러나 그 거리는 사랑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만약 늘 곁에 있었다면,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을 것이다.

때로는 부재가 사랑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이 대목은 마치 마지막 기도처럼 들린다. 차라리 이 사랑의 고통을 끝내달라는,

그러나 동시에 사랑의 품 안에서 영원히 잠들고 싶다는 이중적인 바람. 우리 모두 마음속에 그런 기도를 품고 살지 않을까.

끝나버린 사랑이라면 차라리 잊게 해달라고, 그러나 그 기억만큼은 영원히 남아 달라고.


사랑은 모순이다. 아름답다고 말하기엔 너무 아프고, 아프다고 말하기엔 너무도 아름답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창가에 선다. 바람에 스치는 추억을 느끼며, 가로등 같은 존재를 그리워하며, 언젠가 다시 흰 손을 잡게 될 날을 기다린다.


브런치에 이 글을 남기며, 나는 노래가 준 질문을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다.

여러분에게 사랑은 아름다웠습니까, 아니면 아팠습니까?

어쩌면 그 답은 둘 다일 것이다. 그리고 그 둘 다가 있기에,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꿈꾼다.



Michael Bolton Style Ballad

“The Woman Outside My Window”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위해


[Verse 1]

When I stand by the window, like a tear you rise,

웬 아이 스탠드 바이 더 윈도우, 라이크 어 티어 유 라이즈

창가에 서면, 눈물처럼 그대가 떠오르네


Your pale white hand, shining in the night.

유어 페일 화이트 핸드, 샤이닝 인 더 나잇

그대의 흰손, 밤 속에 빛나네


When I turn away, close my weary eyes,

웬 아이 턴 어웨이, 클로즈 마이 위어리 아이즈

돌아서 눈 감으면, 지친 눈꺼풀에


You flow like a river, fading out of sight.

유 플로우 라이크 어 리버, 페이딩 아웃 오브 사이트

그대는 강물처럼 흘러, 시야에서 사라지네



[Verse 2]

Like a whispering wind, I walk through the streets,

라이크 어 위스퍼링 윈드, 아이 워크 쓰루 더 스트리츠

속삭이는 바람 되어, 거리를 걸을 때


You’re the streetlight’s glow, where my heartbeat meets.

유어 더 스트리트라잇츠 글로우, 웨어 마이 하트비트 밋츠

그대는 가로등 되어, 내 심장 곁에 머무네


Every shadow falls, but still you remain,

에브리 섀도우 폴즈, 벗 스틸 유 리메인

모든 그림자가 드리워도, 여전히 그대는 남아


By my side again… calling out my name.

바이 마이 사이드 어겐… 콜링 아웃 마이 네임

내 곁에 다시 서서… 내 이름을 부르네



[Chorus]

Who said love… was beautiful and true?

후 세드 러브… 워즈 뷰티풀 앤 트루?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Who said love… would never break you?

후 세드 러브… 우드 네버 브레이크 유?

누가 사랑이… 결코 아프지 않다 했는가?


Rather, rather let your gentle hand,

래더, 래더 렛 유어 젠틀 핸드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부드러운 손길로


Lay me down to sleep… where I can understand.

레이 미 다운 투 슬립… 웨어 아이 캔 언더스탠드

나를 잠들게 하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그곳에서



[Bridge]

If love’s just a dream that cuts me so deep,

이프 러브즈 저스트 어 드림 댓 컷츠 미 소 딥

만약 사랑이 나를 깊게 베어내는 꿈이라면


Let your touch be the silence that carries me to sleep.

렛 유어 터치 비 더 사일런스 댓 캐리스 미 투 슬립

그대의 손길이 고요가 되어, 나를 잠들게 하소서


No more illusions, no more disguise,

노 모어 일루전스, 노 모어 디스가이즈

더는 환상도, 가면도 없고


Only your hand… only your eyes.

온리 유어 핸드… 온리 유어 아이즈

오직 그대의 손… 오직 그대의 눈만



[Final Chorus]

Who said love… was beautiful and true?

후 세드 러브… 워즈 뷰티풀 앤 트루?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Who said love… would never break you?

후 세드 러브… 우드 네버 브레이크 유?

누가 사랑이… 결코 아프지 않다 했는가?


Rather, rather let your gentle hand,

래더, 래더 렛 유어 젠틀 핸드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부드러운 손길로


Take me home tonight… let me sleep again.

테이크 미 홈 투나잇… 렛 미 슬립 어겐

오늘 밤 나를 데려가라… 다시 잠들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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