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함께 춤추는 마을

by 김기수

비와 함께 춤추는 마을


숲 속 깊은 곳, 지도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곳의 하늘은 유난히 변화무쌍했고, 비가 잦았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비를 반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비가 마을의 색을 빼앗아 간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비가 내리면 모두 집 안으로 숨어버렸고,

골목길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마을 끝 언덕에는 리나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리나는 사람들과 달랐습니다.

비를 피하기는커녕, 빗속을 걷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녀의 유일한 보물은 어릴 적 엄마가 주신 빨간 우산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우산 살이 조금 휘어졌지만, 리나는 그 우산을 쓸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첫 장면 – 빗속의 춤


어느 날, 장대비가 내리던 오후였습니다.

리나는 창문을 열고 빗방울 냄새를 들이마셨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오늘은, 그냥 걸을래.”


빨간 우산을 들고 마을로 내려간 리나는 광장에 멈춰 섰습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우산을 접었습니다.

머리카락과 어깨 위로 차가운 빗물이 흘렀습니다.

리나는 빗속에서 천천히 돌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누군가에게만 들리는 음악이 흐르는 듯, 발걸음이 리듬을 타고 있었습니다.


창문 틈으로 아이들이 속삭였습니다.


“엄마, 저 사람 왜 비 맞으면서 춤춰요?”

“쉿… 그냥 보고 있어. 이상하지만… 예쁘네.”



음악이 시작되다


그때, 골목 어귀에서 섹스폰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낡은 모자를 쓴 노인이, 비를 맞으며 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부드럽고도 깊은 소리가 광장을 채웠습니다.

잠시 후, 다른 골목에서 전자바이올린 소리가 합쳐졌습니다.

그 선율은 마치 비와 대화를 나누듯 흘러갔습니다.


리나는 웃으며 외쳤습니다.


“같이 춰요!”



마을이 깨어나다


아이들이 먼저 광장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작은 장화를 신고 빗물을 첨벙이며, 리나와 함께 돌았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어른들도 나타났습니다.

누군가는 우산을 들고, 누군가는 빈손으로, 빗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위로 드럼 비트가 깔렸습니다.

누군가는 손뼉을 치고, 누군가는 발을 구르며 웃었습니다.

빗속의 웃음은 파도처럼 번졌습니다.


한 어르신이 리나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네가 우리 마을을 깨웠구나.”

“아니에요, 비가 깨운 거예요.”



그날 이후


그날 이후, 마을에는 새로운 풍습이 생겼습니다.

비가 오면, 모두 광장으로 나와 춤을 추는 것.

누군가는 ‘비 맞으면 감기에 걸린다’고 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그보다 더 큰 걸 얻잖아요.”


마을의 아이들은 이제 비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어른들도 흐린 날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빗속에서 춤을 추며 말합니다.


“비는 우리 색을 빼앗지 않아. 오히려 돌려주지.”


그리고 사람들은 그 날을 이렇게 부릅니다.

“Dance with the Rain Day.”

빗방울이 내리는 한, 이 마을의 웃음과 빛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곡명: Dance with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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