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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환 Jun 15. 2023

SWISS MADE가 정답은 아니야.

읽고, 같이 꿈꾸자. A.LANGE & SÖHNE.

*2023년 3월 29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시계인들의 성지, 제네바에서 열리는 피에스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셀 수 없이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중 단연 돋보이는 브랜드는 랑에운트죄네. 도산공원 근처에서 열린 전시에 다녀왔는데, W&W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만큼 뜻깊었다.

벽면 전체를 장식한 서사는 도슨트의 친절한 설명과 어우러져 랑에가(家)의 발자취를 훑어보기에 적합했다. 창립자 아돌프 랑에의 생년부터 센세이션의 주인공 오디세우스까지 ‘랑에사’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스틸스포츠 트렌드에 힘입은 출시인가, 트렌드를 주도할 출시인가. 지대한 사랑을 받았고, 이름처럼 메종의 영웅이 되어버린 오디세우스. 새롭게 선보인 칼리버 L156.1을 탑재한 크로노크래프의 출시는 장안의 화제다. 서브 다이얼 대신 마름모형 팁의 핸즈가 미닛 카운터 역할을 맡는 새로움도 볼거리 중 하나였지만, 두 눈이 커지고 입이 떡 벌어진 건 리셋 기능. 이건 볼드체로 역사 속에 기록되어야만 한다.


크로노그래프 태엽의 운동에너지가 리셋 시 미닛 카운터 핸즈와 크로노 핸즈를 역회전시키는 방식은 세계 최초다.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들어간 시계라면 메인 다이얼 속 옹기종기 모여있는 두세 개의 서브 다이얼이 떠오르는데,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이를 깨부순 건 기분 좋은 충격. 크로노그래프와 더불어 점핑 넘버도 조작해야 하는데 버튼을 추가하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든다.

지하에 전시된 휘황찬란한 14점의 한정 피스들보다 눈에 들어온 건 담백한 포켓 워치. 이 키 와인딩 회중시계야말로 오늘날 시계들의 근간이 아닐까. 포켓 워치의 12시 인덱스 아래 적힌 ‘A.랑에 드리스덴’. 21세기 속 우리는 워치 메이커의 역사를 헤리티지보다 마케팅 수단으로 받아들이는데, ‘운트 죄네’가 붙지도 않은 이 시계를 보고 헤리티지 말고 뭘 떠올릴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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