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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환 Jun 18. 2023

기계식 시계의 알파이자 오메가

루이 샤를 브레게의 꿈이 연결한 항공과 시계.

인류가 오늘과 같은 고도의 문명을 이뤄낸 데에는 터전 너머로 끈질기게 던진 물음표가 일등공신이지 않을까. 땅 밟고 사는 운명을 타고난 인간은 모험심 가득한 눈으로 망망대해를 바라보았고, 날아가는 새를 동경하며 하늘을 향한 호기심을 잃지 않았다.


수 세기 동안 축적된 선대의 열정은 역사 속에 수심 10,000m의 마리아나 해구 탐사로, 달 표면에 남긴 인류의 발자국으로 기록되었다. 알 사람은 알겠지만 전자에는 롤렉스의 딥씨 챌린지가, 후자에는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가 함께했다. 오랜 숙원이 담긴 육해공 정복을 인류는 해냈고, 그 옆에는 툴tool로써 시계가 함께했다.


손길이 우주에 닿기 전에는 하늘길을 개척하는 것이 인간의 꿈이었다. 꿈을 현실로 바꿔나가는 파일럿들에게 손목시계용 크로노그래프는 필수적인 도구였고, 많은 워치 메이커들이 항공 시계를 제작해 군에 납품했다. 브레게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을 위해 손목시계용 크로노그래프인 타입XX를 납품했다. 하이엔드 럭셔리 분야를 이끄는 브레게에서 군에 시계를 대량 남품했다는 것에 의심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브레게와 항공 간의 관계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브레게 가문의 5대손 루이 샤를 브레게는 하늘을 정복하고픈 꿈에 젖어 1911년 항공 공방인 Breguet Aviation을 설립해 헬리콥터의 전신인 자이로플레인을 생산했다. 1960년대 다쏘그룹에 매각되어 다쏘-브레게 항공이 되었고, 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항공우주와 방산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다쏘 항공Dassault Aviation.


육해공을 정복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인류는 여전히 다음 목표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도래할 미래를 바라보는 눈은 언제나 반짝인다. 앞으로 세상을 놀라게 만들 사건 옆에는 기계식 시계가 없을 테고, 2023년의 타입XX는 파일럿보다 시계 애호가들의 선택을 받을 거다. 아무렴 어때 역사도 알았으니 백화점 갈 일 있다면 매장에 들어가서 구경해보자. 시계를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는 건 언제나 아름다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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