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를 즐기는 색다른 방법
영화에 등장한 시계는 많다. 이유를 찾자면 시계와 우리의 삶 사이 개연성이 크기 때문일 수도, 셀럽의 손목 위와 두세 시간가량의 러닝 타임이라는 국경 초월의 마케팅을 시계 브랜드가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턴> 속 앤 해서웨이의 탱크 루이, <제이슨 본>에 등장하는 태그호이어 링크, <맨 인 블랙>의 벤츄라, <007> 시리즈의 씨마스터와 <다크 나이트> 속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까지. 등장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던 시계도 있고, 영화의 흥행을 뛰어넘어 한정판까지 제작된 시계들도 있다. 흥행 실적이나 시계의 인지도, 가격을 떠나서 영화 속 시계는 등장만으로도 셀럽과 플롯이 주는 재미와는 별개로 사뭇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10년 전 개봉한 영화라 하면 흠칫 놀라 빠르게 흐른 시간을 실감하게 만드는 <인터스텔라>. 주인공 쿠퍼의해밀턴 카키 필드는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고,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시계다.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카키 필드에는 머피 에디션이 추가되었다. 다른 시공간에 있는 아버지 쿠퍼가 자신이 준 시계의 초침을 움직여 메시지를 딸 머피에게 모스 부호로 전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아낸 머피가 연구실에서 외치는 “유레카!”는 10년이 지난 요즘도 회자되는 영화 속 최고의 신scene. 미국식 터프함과 스위스의 정교함이 버무려진 카키 필드는 기계식 시계를 입문하는 이에게도, 시계를 여러 개 갖고 있는 이에게도 훌륭한 선택지다.
시계에 대한 확고한 주관은 구하기도 어려워 프리미엄이 몇 배씩 붙는 시계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휘감은 시계보다 가치 있는 건 서사가 깃든 시계라는 것. 부모가 자녀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쿠퍼가 머피에게. 영화 같은 스토리가 담긴 시계라면 그 가치는 헤아릴 수가 없을 것. 가격과 가치는 다른데, 수준 높은 내 독자들은 구분할 수 있을 것. 영화 속 시계에 주목해 보는 건 대중문화를 즐기는 색다른 방법이니 다음 영화를 볼 때는 등장인물의 손목을 눈여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