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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환 Jun 22. 2023

톰 크루즈도 좋지만

TOP GUN과 IWC

나는 2022년의 여름을 <탑건: 매버릭>으로 기억한다. 영화는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했고, 찌는 날씨와 대조되는 영화관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도 반가웠다. 1987년작과 2022년작 속 톰 크루즈를 통해 지나간 20대를 추억하는 부모님의 모습과 어물쩍 흘러버린 20여년의 세월을 훑는 그 눈동자에서 느껴지던 무상함이 묵직하게 가슴을 짓누르던 일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탑건: 매버릭>의 플롯과 톰 크루즈의 서사 말고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IWC다. 영화를 본 눈치 빠른 이들은 지휘관이 쥐고 있던 크로노그래프에 적힌 ‘IWC SCHAFFHAUSEN’을 봤을 것. IWC와 탑건은 소품과 영화 그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다.



우선 IWC를 창립한 F. A. 존스는 아메리칸. 알려진 바가 얼마 없는 그는 여전히 베일에 쌓인 인물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의 철학. 정밀한 부품 간의 호환을 중시하는 미국식 운영 매커니즘과 숙련된 스위스 장인의 수작업의 조화를 중시했다고. 미국 최고의 워치 메이킹 기업 ‘E. 하워드 워치 & 클락’에서 경험을 쌓은 뒤 샤프하우젠에 설립한 International Watch Company에는 구대륙과 신대륙을 관통하는 스피릿이 깃들어 있다.


또 IWC는 2007년부터 탑건 컬렉션을 제작해 왔는데, 미 해군 전투기 병기 학교인 ‘TOP GUN’에서 유래한 것. 학교에서 특별 프로그램 SFTI(Strike Fighters Tactics Instructor)를 수료한 파일럿은 각자의 중대에서 교관으로 활약하게 되는데, 합격생들에게는 탑건 SFTI 에디션이 주어진다고.


영화 외적으로 주목해볼 컬렉션은 빅 파일럿 탑건 레이크 타호 에디션. 찾아보기가 힘든 흰 시계인데, PANTONE이 ‘IWC 레이크 타호’라 이름 붙인 고유한 색이다. 탑건 파일럿들이 자주 비행하는 이 호수의 겨울 풍경과 흰 제복에서 영감을 받았고, 세라믹 케이스와 티타늄 케이스 백은 소재에 과감한 IWC의 도전 정신을 보여준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가격으로나 크기로나 부담스럽지만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눈여겨볼만하다. 아는 사람은 아는 건데, IWC의 컴플리케이션은 BIG 5와 견줄 수 있을 정도다. 출처도 없이 SNS에 떠돌아다니는 시계 계급도는 누가 만들었나 참 궁금한데, 만들 거면 제대로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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