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시계. 진부하다 느낄 수 있는데, 클리셰엔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유가 뒤따르는 법이다.
태그호이어와 까레라 파나메리카나, IWC와 F1 메르세데스-AMG, 롤렉스와 데이토나 내구 레이스까지. 시계와 자동차의 막역지간을 설명하는 예는 많다. 경기를 후원하고 스피릿까지 공유한 컬래버레이선 모델 역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플레이어든 관객이든 모두의 심박수를 한가득 끌어올리는 모터스포츠에서 ‘시간’은 빠질 수 없는 양념. 촌각을 다투는 레이스에 열광하는 우리네 본능을 깨우는 트리거가 시간인데, 어떻게 시계가 빠질 수 있겠는가.
여기 진부함 속 유니크를 외치는 시계가 있다.
#바쉐론콘스탄틴 의 #히스토릭아메리칸1921 은 ’자동차 정신‘을 가득 품었지만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속성과는 거리를 둔다. 골드 케이스를 붙잡은 가죽 스트랩을 보면 스포츠로 접근하진 않았구나 싶은데, 오른쪽로 조금 틀어진 인덱스는 좀 의아하다.
정답은 자동차의 스티어링 휠. 대각선으로 시간을 읽는 방식을 택했는데, 스티어링 휠에 올린 손목을 돌리지 않고도 정방형으로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고. 12시 방향에 위치한 크라운도 주목해야 하는데, 담대한 쉐입과 독특한 위치에서 오는 매력이 독보적.
시계판 트렌드를 톺아보자면 요 근래 주류를 꿰찬 건 ‘스틸 스포츠’. 귀금속 대신 스테인리스강을 써 기능성을 높인 시계다. 프리미엄이 덕지덕지 붙어 가격이 천정부지 이異세계로 가버린 노틸러스와 로얄 오크, 오버시즈. 대서사 영웅의 이름을 따왔기 때문일까 한 번 마주치기도 어려운 오디세우스.
하이엔드 워치 메이커에서 비롯된 낙수落水에 반기를 드는 건 아니지만 귀금속 가격을 넘어선 스틸 시계들을 향한 얄팍한 추종은 경계해야 할 일.
트렌드에 흠뻑 젖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클래식으로도 눈을 돌려봐라. 거기엔 히스토릭아메리칸이 있다. 1920년대 신대륙 시장에 맞춰 고안된 시계이자 한 세기 역사를 품은 물건. 멋도 챙기면서 헤리티지도 갖출 줄 아는 이게 명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