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월 자꾸 친구를 물고 때리는 아이

미디어 노출의 위험성

by 또치호랭
어린이집 전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요즘 살면서 육아하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다시금 느끼고 있는 나날들이다.


세 달 전까지만 해도 황금 육아기이다, 너무 잘 크고 있다 생각했던 내 아이가 두 달 전부터 부쩍 어린이집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고 다른 친구들을 때렸다는 피드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집과 어린이집에서 잘 교육하면 분명 잡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관련 책도 읽어주고 상황극도 하며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던 오늘 걸려온 어린이집 선생님의 전화에서 너무나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님, 아이 미디어 노출을
끊으시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하루에 30분에서 길어도 한 시간을 안 보여주는데 그것도 많은 걸까요?라고 반문하는 내게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씀은 정말 충격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아이가 등원하면서 할머니께서 핸드폰으로 미디어를 보여주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최근 아이가 자꾸 나와 남편에게 만화 보여달라고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루에 씻고 나서 겨우 30분인데 왜 이렇게 중독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일까 했는데 이제야 퍼즐이 맞춰졌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여보, 할머니가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등원시키는 거 알고 있었어"

물으니 남편도 최근 일주일 쉬면서 알고 있었다는 대답을 했다.


그 후에 남편의 말에 나는 더 말문이 막혔다.


할머니가 아이가 애기들 보는 건 재미없어해서 더 수준 높은 걸 보여주신대


할머니가 아이 등원 시킨다고 일찍 나가시기 시작했던 것도 최근 두 달 전부터의 일이었고 그 시기와 맞물려 아이 문제 행동이 생긴 게 시기상 맞아떨어졌다.


점차 나아질 거라 믿었던 아이의 행동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나 애꿎은 남편에게 화를 내 버렸다.


왜 그걸 이제야 나한테 말해!
나 혼자 열심히 하면 뭐 해 대체....


한바탕 화를 내고 나니 후련하다기보단 또 나 자신한테 슬퍼지고 화가 났다.


선생님과 전화할 때 울면서 죄송하다고 우리 아이가 너무 폐를 끼쳐 미안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오히려 위로를 해주시는 모습에 위로가 되었지만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라 생각했다.


미디어 노출로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내 아들 다시 바로잡기 프로젝트 시작이다!!


1. 모든 미디어 노출 금지 - 2주간 아이가 떼를 써서 무척 힘들겠지만 그래도 무조건 안 보여줄 생각이다.


2. 할머니에게 미디어를 통제하기로 했고 이대로 있다간 하랑이 퇴소당할 것 같다고 잘 말씀드려서 다시는 미디어를 못 보여주게 잘 부탁의 말씀을 드릴 생각이다.


3. 집 근처 아이 행동 교정을 위한 심리 센터를 알아보고 토요일마다 아이를 센터에 데려가려 한다.


4. 등 하원 때 미디어 노출을 안 하면 떼를 너무 써서 힘들어서 할머니께서 또 보여줄 수도 있으니 내가 같이 있으면서 도와드리려 한다.


5.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 팀장님께 부탁드려 짧으면 2주, 길면 4주 정도 재택으로 한다 하고 그게 안 된다 하면 일주일에 12시간 단축근무를 하거나 아예 휴직을 쓰려한다.



결국은 아이의 문제 행동은 부모에게서 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에게 요즘 몸이 아프다고, 바쁘다고 너무 무심했다.


스스로의 나날들을 반성하며 다시 더 노력해 보기로 마음을 다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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