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노출의 위험성
어린이집 전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요즘 살면서 육아하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다시금 느끼고 있는 나날들이다.
세 달 전까지만 해도 황금 육아기이다, 너무 잘 크고 있다 생각했던 내 아이가 두 달 전부터 부쩍 어린이집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고 다른 친구들을 때렸다는 피드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집과 어린이집에서 잘 교육하면 분명 잡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관련 책도 읽어주고 상황극도 하며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던 오늘 걸려온 어린이집 선생님의 전화에서 너무나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님, 아이 미디어 노출을
끊으시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하루에 30분에서 길어도 한 시간을 안 보여주는데 그것도 많은 걸까요?라고 반문하는 내게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씀은 정말 충격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아이가 등원하면서 할머니께서 핸드폰으로 미디어를 보여주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최근 아이가 자꾸 나와 남편에게 만화 보여달라고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루에 씻고 나서 겨우 30분인데 왜 이렇게 중독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일까 했는데 이제야 퍼즐이 맞춰졌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여보, 할머니가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등원시키는 거 알고 있었어"
물으니 남편도 최근 일주일 쉬면서 알고 있었다는 대답을 했다.
그 후에 남편의 말에 나는 더 말문이 막혔다.
할머니가 아이가 애기들 보는 건 재미없어해서 더 수준 높은 걸 보여주신대
할머니가 아이 등원 시킨다고 일찍 나가시기 시작했던 것도 최근 두 달 전부터의 일이었고 그 시기와 맞물려 아이 문제 행동이 생긴 게 시기상 맞아떨어졌다.
점차 나아질 거라 믿었던 아이의 행동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나 애꿎은 남편에게 화를 내 버렸다.
왜 그걸 이제야 나한테 말해!
나 혼자 열심히 하면 뭐 해 대체....
한바탕 화를 내고 나니 후련하다기보단 또 나 자신한테 슬퍼지고 화가 났다.
선생님과 전화할 때 울면서 죄송하다고 우리 아이가 너무 폐를 끼쳐 미안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오히려 위로를 해주시는 모습에 위로가 되었지만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라 생각했다.
미디어 노출로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내 아들 다시 바로잡기 프로젝트 시작이다!!
1. 모든 미디어 노출 금지 - 2주간 아이가 떼를 써서 무척 힘들겠지만 그래도 무조건 안 보여줄 생각이다.
2. 할머니에게 미디어를 통제하기로 했고 이대로 있다간 하랑이 퇴소당할 것 같다고 잘 말씀드려서 다시는 미디어를 못 보여주게 잘 부탁의 말씀을 드릴 생각이다.
3. 집 근처 아이 행동 교정을 위한 심리 센터를 알아보고 토요일마다 아이를 센터에 데려가려 한다.
4. 등 하원 때 미디어 노출을 안 하면 떼를 너무 써서 힘들어서 할머니께서 또 보여줄 수도 있으니 내가 같이 있으면서 도와드리려 한다.
5.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 팀장님께 부탁드려 짧으면 2주, 길면 4주 정도 재택으로 한다 하고 그게 안 된다 하면 일주일에 12시간 단축근무를 하거나 아예 휴직을 쓰려한다.
결국은 아이의 문제 행동은 부모에게서 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에게 요즘 몸이 아프다고, 바쁘다고 너무 무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