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1

너무 속상해서 영양제를 잔뜩 샀다.

by 솔솔

시골에서의 평화로운 생활, 치유받는 생활을 바랐건만 역시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버이날 전 날, 무얼 해 드려야 하나 나름대로 고민을 했으나 신박한 방법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돈 한 푼 없는 백수인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편지와 부모님의 아침식사를 준비해 드리는 것 정도만이 생각났다. 오래된, 언젠가 쓰고 남은 편지지에는 아빠에게 편지를 쓰고 철 지난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어버이날 당일 아침을 내가 하기로 약속했는데 그만 늦잠을 자버렸다. 아침을 일찍 먹는 우리 집 식사를 준비하려면 늦어도 7시 30분에는 일어났어야 했는데 그만 8시가 다되어서야 부엌에 섰다. 엄마는 내게 아침을 준비할 생각이 있기는 하냐며 나무랐다. 내가 준비한 음식이 별로였는지 카네이션은 어째서 준비하지 않은 거냐며 또 면박을 주었다. 이어 다른 집 자식들과의 비교가 시작되었고, 나는, 한심한 나는 방으로 쏙 들어와 버렸다.

꽤나 속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엄마 입장에서도 속 터질 노릇이다 싶다. 다 큰 딸이 제 밥벌이도 못하고 나아가 집안일에 마저 전혀 도움이 되질 못하니 말이다. 여전히 초등학교 중학교 수준에 멈춰있으니 좀 한심스러웠을까.

동생이랑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나온 결론은 내가 잉여인간이라는 것. 세상에 열 사람 이상의 몫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한 사람 역할 조차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생은 심심한 위로를 건넸다.


잉여인간이기는 해도 잘 살아가자는 마음에 아이허브에서 영양제를 이것저것 구매했다. 그런데 얼마 남지도 않은 돈이 영양제 값으로 결제되고 정말로 '텅장'이 되자 괜히 서러웠다. 누워서 핸드폰으로 통장잔고를 확인하며 베개로 흐르는 나의 눈물. 양 옆 관자놀이를 지나 베개로 툭-.


엄마한테 구박을 받아서 속상한 건지,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한심해서 속상한 건지, 빈털터리가 되어서 속상한 것인지? 아니면 새삼 잉여인간이라는 사실이 서글픈 건지?


아침부터 속상한 나머지 양 날개뼈를 잇는 등이 뻐근하고 시리다.

아, 이래서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등을 토닥여 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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