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카페를 무슨 종교의식 마냥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으로서 카페를 그 지경으로 다니게 되면 분명히 자주 가는 단골 카페도 생기기 마련이다. 커피의 맛은 분명 카페를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수많은 카페를 다녀본 결과 카페의 규모는 커피의 맛과 반비례한다는 답을 도출해냈다.
대형 카페는 그만큼 손님의 수나 직원의 수도 많아서 퀄리티 컨트롤이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인지 커피 맛이 그 때 그 때 달라져서 나를 아쉽게 했다. 여기서 바로 가고싶은 카페의 선택에 있어 딜레마가 생기는데 대형 카페일수록 나라는 존재를 신경쓰지 않는데서 오는 편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무관심은 혼자 갈 때일수록 빛을 발하는데 내가 30번 이상을 가도 단골인지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마 나조차도 비슷한 시간대에 자주 오는 다른 손님을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각자 선호하는 자리가 멀다면. 손님들끼리도 그렇고 직원과 손님 사이에서도 그렇다. 모두가 내가 노트북으로 뭘 끄적거리는지, 무슨 영상을 보고 있는지, 어떤 작가의 책을 보고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2시간 이상 눌러앉아도 눈치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반면 작은 카페는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업장일 확률이 높고 이 치열한 카페왕국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커피든 디저트든 컨셉이든 반드시 한가지는 자신있는 것을 준비하기 때문에 그 자신감이 반영된 메뉴나 분위기 등이 마음에 든다면 단골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 꽂힐만한 특성을 가진 작은 카페에서는 내가 처음 발을 들일 때에도, 또는 뻔질나게 드나들 때에도 과한 주목을 받는다. 사장님 역시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특히 자주 온다 싶으면 내 얼굴을 기억하게 돼있다. 자꾸 뭔가를 해주고 싶어하시고 안부 등을 묻는다. 내가 e성향의 인간이었다면 이런 환대를 마다하지 않으며 사장님과 절친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애석하게도 극I로 치닫고 있는 인간이다. 아무리 신경쓰지 않으려해도 누가 나를 어떻게 볼지 가끔은 의식이 된다. 평일 낮에 너무 자주 가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너무 추리닝만 입고 다녔나? 새로 나온 원두 맛 좀 보라며 갖다주신 서비스에는 과장된 리액션으로 보답해야 할까? 나는 분명 이런 멋진 카페를 창업하신 사장님께 호감이 있기 때문에 이 작은 카페를 더욱 사랑하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이 밀려온다. 마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우리 앞집 이웃처럼 우리는 아주 가까이 있지만 사실은 먼 사이이다.
그렇다면 카페는 과연 작은 곳이 좋을까, 큰 곳이 좋을까? 오늘도 나는 오늘 갈 카페의 규모와 최근 방문 빈도, 그리고 커피의 맛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스케줄을 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