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다가온다. 29살 생일엔 20대 마지막이라고 친구란 친구는 싹 다 불러서 20명 넘는 사람들과 대관 파티를 벌이질 않나, 30살 생일에는 유럽으로 파티투어를 떠나지 않나 나처럼 생일에 미친 인간도 없었을 것이다. 30대의 끝자락에 서 있는 지금, 더이상 생일로 그렇게 유난을 떨지는 않지만 카카오톡의 생일 알람 기능이 있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내 생일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덕분에 축하의 형태가 급격히 변화했다. 간단하면서도 편리한 기프티콘이라는 것이 생긴 것이다. 이제는 굳이 번거롭게 날 잡고 만나 파티를 연다기 보다 축하도 카카오톡 메세지로 받고 선물도 기프티콘으로 받는다. 기프티콘을 받을 때는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잠시 굉장히 기쁘고 감사하고 훈훈하고 감동적이고 온갖 아름다운 감정에만 휩싸인다. 하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면 내 취향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약간의 실망감과 센스 부족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걸 묵혀뒀다 환불을 받어 말어~를 고민하다 보면 다시 배은망덕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에게 몇 남지 않은 찐친들은 오히려 기프티콘에 박하다. 직접 원하는 것을 물어봐서 챙겨주거나 만나서 맛있는걸 사주고 말지 아예 챙기지 않는다. 그래도 되는 사이이기 때문이고 그만큼 내 취향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기프티콘은 나와 약간의 거리가 있으며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예의나 계산을 포함하여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경우에 더 활발하게 주고받게 된다. 그렇게 획득하는 기프티콘 중 부동의 1위는 바로 스타벅스이다. 부담 없고 대중적인 스타벅스! 아아 어쩌다 스타벅스 커피가 우리나라의 절대적 표준이 되어가지고는.. 나에게 가장 곤란한 선물이기도 한데 나는 산미가 강한 커피를 좋아하기때문에 탄맛나는 스벅 커피와 정반대의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게 이런 나의 취향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와 자주 만나는 가까운 사람인 뿐이라서 프랜차이즈 커피중 그나마 폴바셋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그들만이 알고 있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카페투어리스트인 나에게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갈 일은 거의 없다.
생일이 다가올 때 노골적으로 '스벅 사절' 문구를 써놓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잠시 아이디어를 떠올려본 적도 있지만 아무리 취향이 확고한 나라도 아직 사회성이 남아있기에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카페 자유이용권이라는 것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드디어 지역별 상권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인 '핫플패스'가 생겼다고 하니 참고해볼만한 일이다.(광고 아님) 저는 성수동에 자주 출몰한답니다 지인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