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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릿 세이 Oct 22. 2023

산티아고 순례길 1년 후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아아... 나는 산티아고에서 다시 태어났구나."


순례길을 다녀온 후 1년 지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신선한 감각이었다. 다시 태어나는 감각을 왜 산티아고에 도착했던 그 당시에는 알 수 없었을까? 왜 1년이 지난 후에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이 감각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여전히 나는 이 감각을 온전히 전달하고 표현할 단어나 문장을 찾지 못했다. 이 감각은 한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 다음에 태어나듯, 물을 계속 끓이는 과정이 있어야 수증기로 변하듯, 지난 1년 동안 노력한 과정이 있고 난 뒤 내가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노력해서 이루어 내려고 했던 삶이 이젠 평범한 일상생활이 되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려는 노력, 책을 읽으려는 노력,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나는 익숙하게 아침 일찍 일어나고 있고, 책을 가까이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포기하는 길을 걷기보다 해결하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는 길을 걷고 있다


한 사람이 이전과 다른 생각, 다른 선택, 다른 행동을 한다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전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것. 내가 ‘나’이면서 내가 아닌 느낌. 나는 내가 원하던 바로 그 사람이 되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많은 배움을 얻었다. 불안을 극복하는 법, 어설프고 못 난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법, 집착이 많을 때 집착을 내려놓는 법, 타인을 시기 질투하지 않고, 타인으로부터 배우는 법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기를 1년간 꾸준히 했다. 1년이 지난 후 나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의 상태가 변화한 것이다. 배운 것을 지식으로 알고 있는 상태와 배운 지식이 몸으로 체득된 상태는 분명하게 다르다. 체득된다는 것은 배움이 일상생활이 되고, 배움이 곧 삶의 태도가 되어 생각과 말과 행동에 고스란히 스며드는 것이다. 지식으로 배운 것은 그 쓸모를 다했다 할 수 있겠다.




‘산티아고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말의 의미를 깨달은 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순례길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성스러운 해(7월 25일이 일요일이 되는 해)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순례자는 그간 지은 죄를 모두 속죄받고, 다른 해에 도착한 순례자는 지은 죄의 절반을 속죄받는다고 한다.
 - 네이버 백과사전 -


"아아… 나는 산티아고에서 죄를 속죄받았구나."


남을 더 이상 시기 질투하지 않게 되었으니, 앞으로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게 되었고, 포기가 습관이 되어 괴로웠던 삶을 이제 더 이상 살지 않아도 되니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다시 태어난다.'와 '죄를 속죄받는다.'는 의미를 산티아고 순례 경험을 통해 가슴으로 이해하고 경험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두 문장의 심오한 의미를 한 단어나 문장으로 사람들을 이해시키거나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나의 부족함을 글이라는 이야기로 대체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가장 큰 선물은 ‘지혜로운 시간’이다. 순례길 이전에는 기대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변명하고 합리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었다. 변명하다 보면 많은 에너지가 소진되고, 에너지가 고갈되면 지금 상황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환시킬 힘이 남지 않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에 연결되어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순례길에서 변명이나 합리화, 분노, 시기 질투는 지겨울 정도로 원 없이 해봤다. 그리고 난 후,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모두 쓸데없는 짓이라는 것을 배웠다.


이제는 시시비비를 따지느라 불필요한 곳에 사용되었던 시간과 에너지를 모아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다. 삶의 방향이 긍정적이고 활기차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 그리고 경험으로 배우고 체득된 것들이 나를 흔들리지 않게 지탱해 준다.


이렇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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