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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퇴사하고, 산티아고 순례길갑니다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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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시크릿 세이 Oct 22. 2023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바로 지금.

브런치 작가 도전!

상담사가 되어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랐다.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직업 상담사로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았다.

타인의 삶이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봤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굴레에서 벗어서 날개를 활짝 펴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 앞으로 한 발짝 내딛는 용기가 발판이 되어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들의 눈부신 변화에 물개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상담을 통해 타인의 변화된 삶을 지켜보고 축하하는 경험이 하나둘 쌓여갔다.

기쁨과 축하를 그들과 함께했지만 변화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점점 뒤로 밀려나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들에게 집중되어 있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변해가는 저들과 내가 비교되기 시작했다. 내가 손뼉 치며 축하하고 감격할 때 눈부시고 찬란한 변화는 그들의 것이었다. 나의 것이 아니다. 그들과 나를 나누는 분명한 선이 그어졌다. 저들의 삶은 눈부신 방향으로 변해가지만, 나의 삶은 멈춰 있었다. 내면의 자아가 반복적인 질문이 던졌다.

‘그러면 너는?’

너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말이었다. 저들이 변화하는 동안 너는 뭐 했어? 저들의 변화를 돕는 것도 좋은 일이지. 그런데 너는? 너는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 내고 있니? 저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너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니?

타인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요, 내 삶의 소명이라 생각했다. 소명을 이수하면 되는 거라고, 이렇게 평생을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그러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허무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제까지 나는 뭐 했나…’

타인의 삶을 도와주느라 내 삶이 멈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도 좋다. 그러나 우선 나의 삶을 살아내자. 나부터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내자.

지금까지 내 삶을 되돌아보니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었다. 자격증 취득이 결과물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격증 취득은 결과물이 아니라 입장 티켓 같았다. 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사회입장티켓이 승인된 것 같았다.

‘이제 자격증을 취득했으니, 사회에 들어가서 일 좀 해 보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마치 자격증이 사회에 들어와도 좋다고 승인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

나는 여전히 퇴사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예전처럼 ‘포기가 습관인 나’라며 자신을 자책하지 않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은 그냥 되는대로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내야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것을 도전하고 경험해 보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면 다양한 음식을 맛보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도전하고 경험한 후에 ‘포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한 가지 음식을 맛보았을 뿐이다. 맛있으면 또 먹으면 되고, 맛없으면 다음부터는 안 먹으면 될 일이다. 나 자신을 책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는 지금의 삶이 꽤 행복하고 좋다.

또 내가 원하는 삶은 머릿속에서 꿈꾸고 희망하는 것을 현실로 이루어 내는 삶이다. 현실에서 결과물로 표현되는 삶. 그 첫 번째 과제가 글쓰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까지 경험했던 것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있다면 바로 ‘글쓰기’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글로 표현되지 않을 때 좌절하고 자책하고 멈추고 도망가고 싶다. 그러나 글쓰기는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다. 내가 보는 것, 읽는 것, 경험하는 모든 것은 내 안에 정보와 자료로 축적된다. 축적된 후 내 안에서 정제 작업을 거쳐 마지막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이 ‘글쓰기’다.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 내가 살아가고 있는 역사가 글이라는 결과로 남는다. 이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다. 글쓰기와 나는 애증의 관계다. 가장 사랑하지만 가장 기피하고 싶은 글쓰기. 지금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포기가 습관인 나’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끈기가 습관인 나’로 변모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중이다. 나는 이런 내 모습이 꽤 마음에 든다.

아마도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지금이지 않을까?

내가 나 스스로를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

이렇게 내가 원하는 인생의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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