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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릿 세이 Oct 22. 2023

인생이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108배 100일 도전!

드디어 목적지에 도달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면 감동도 하고 눈물도 흐른다는 데 나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오전에 도착해서 순례자 완주 증서를 받기 위해 1시간 반을 기다렸다. 4시간 정도 여유 시간이 있어서 함께 도착한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마을을 둘러봤다. 이제 내일 오전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프랑스로 가야 한다. 버스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는데 쇼윈도에 비친 내 보습이 보였다. 목적을 이루고 성취한 사람의 행복한 얼굴은 아니었다. 허무하거나 행복하거나 그런 감정도 아니었다. 그저 새벽부터 걸어서 지치고 초췌한 몰골이었다.

‘아, 이것이 끝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이구나.’


무거운 배낭에 들어있는 물건들은 힘들고 지친 순간에 버리지 않고, 모든 일정이 끝나고 더 이상 필요 없어졌을 때 프랑스 공항에서 대부분 다 버렸다. 한국에 돌아오는 비행기를 탈 때 배낭은 한결 가볍게 비워졌다.  


순례길을 다녀온 후 많은 것이 변할 줄 알았다. 그러나 나에게 마법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변함없는 일상생활이 흘러갔다. 여느 때와 똑같이 생계유지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야 했고 면접을 보고 취업을 했다. 여느 때와 똑같이 출근하기 싫었고 함께 일하는 동료를 비난하며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순례길에서 몸과 마음이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실제는 조금 지쳐 있었다. 기대와 달리 변함없는 일상생활은 나를 무기력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여전히 끈기도 없고, 포기하려는 자신을 보면서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활력을 돋우고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기 시작했다.

‘뭐 할 만한 거 없을까?’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면 활력이 좀 생길 것 같았다. 아침 일찍 달리면 어떨까? 달리기는 밖에서 해야 하고, 새벽 시간에 혼자 달릴 생각에 두렵고 무서웠다. 우선 새벽 4시 건물 옥상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옥상도 어두웠고, 어둠은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안 하게 되는 날이 많아졌다. 또 그렇게 포기하게 되었다


외부에 나가지 않는다면 어둠이나 날씨 관련 핑계를 대지 않을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집 안에서 ‘책 읽기’에 도전했으나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졸려 집중이 되지 않았고 며칠 만에 또 포기했다.


이런저런 핑계나 변명이 통하지 않을 만한 도전 없을까? 집중력이 필요하지 않고,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여자라서, 어두워서 무섭다고 핑계 대지 않고, 비가 온다고, 눈이 온다고 변명하지 않고, 핑계를 대지 못할 그런 도전 없을까? 한 가지 방법이 번뜩 떠올랐다.

‘108배’


아침에 일어나 방석 하나만 깔고 하기만 하면 된다. 묻지도 다지지도 않고 닥치고 하기만 하면 된다.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그저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 108배하는 데 걸리는 시간 15분만 할애하면 된다. 108배하면 무릎이 망가진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그 사람들이 선택할 일이다. 108배만 하는 사람도 있고, 삼천 배 하는 사람도 있다. 스님 같은 경우에는 매일 108배를 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108배를 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다. 당연히 무릎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 무릎이 망가지는 건 큰 걱정이 아니다. 무릎이 안 좋아지는 것까지 감안하더라도 나는 끈기와 인내를 기르고 싶다. 이것이 나의 목표이고 목적이고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침에 아침 떴을 때 정신력이 가장 약해져 있는 상태다. 정신력이 가장 약한 아침을 지배할 수 있다면 다른 것도 모두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100일 도전이 시작되었다.


108배를 시작하고 나흘 동안은 허벅지가 후들후들 떨려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108배하는 동안 힘들었지만, 산티아고에서 산을 오를 때 배움을 생각하며 버텼다.




처음은 원래 힘든 거야.

너무 잘하고 싶은 욕심에 완벽한 상태를 준비하느라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백배 천 배 잘하고 있는 거야. 네 생각처럼 잘 진행되지 않거나 어설프고 못난 너를 볼 때마다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겠지만, 멈추지만 않으면 돼. 처음은 원래 어설프고 익숙하지 않은 게 당연한 거야. 지금은 힘들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곧 익숙해질 거야. 그러니 어설프고 힘들더라도 멈추지 말고 계속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면 돼. 대신 너무 무리해서 몸이 망가지려 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잠시 쉬었다 다시 가면 돼. 느려도 괜찮아. 서두르다 지쳐서 멈춰버리는 것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쉬어 가면서 끝까지 가는 것이 더 중요한 거야.


100일. 108배 도전하는 동안 나의 의사결정 능력이 급격하게 향상되었다. 나는 108배를 시작한 후 매일 아침 시험대 앞에서 시험을 받았다. 나 스스로를 시험하고 심판했다. 그리고 매일 치르는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 100일 동안 108배를 무사히 마친  100일 시험이 나의 정신력을 단련시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08배를 시작한 후 나는 매일 아침 선택의 세 가지 갈림길에 섰다. 첫째 일어나서 108배를 할 것인가? 둘째 108배는 안 하고 일어나기만 할 것인가? 셋째 일어나지 않고 계속 잠을 잘 것인가?


첫 번째 길을 가면 귀찮고 힘들고 고생스럽긴 하겠지만, 하고 나면 ‘해냈다’는 만족감과 계획을 실행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첫 번째 선택을 자주 하면 나 스스로 자신을 믿을 것이며 만족감과 성취감, 자기 통제감과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두 번째 길은 분명 자기 합리화를 시작할 것이다. ‘오늘은 몸이 피곤해서 그렇지, 내일부터 하면 돼.’ 그리고 난 후 또 자신에게 실망하고 좌절할 것이다. 두 번째 선택을 자주 하면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 합리화를 위해 핑계와 변명을 하느라 삶의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며 살아갈 것이다.  


세 번째 길은 귀찮아하는 버릇과 게으름, 나태함의 달콤함은 잠시, 계획을 실행하지 않은 찜찜함과 후회 그리고 자책하느라 하루의 많은 시간을 허비할 것이다. 그리고 난 후 나의 무의식은 나를 믿지 않을 것이며 자신에 대한 신뢰감도 하락하여 점점 ‘나는 할 수 없어.’라는 신념을 강화할 것이다. 세 번째 선택을 자주 하면 나 스스로 자신을 비난하고 채찍질하며 인생을 낭비할 것이다.

매일 아침 세 가지 갈림길에 서서 시뮬레이션 상황을 만들었고 매일 아침에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선택을 했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쪽으로

내 인생이 조금씩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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