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혼밥 하다 셰프 됨
일본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띄곤 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1990년~2010년 사이 만들어진 홈드라마를 보면 직장인들의 옷차림이 한결같이 블랙이나 네이비의 정장에다 다들 비슷해 보이는 서류 가방과 검소한 정장 구두를 신는 장면이라
남보다 튀는 걸 싫어한다더니 장난 아니다고 느꼈는가 하면, 식사하는 장면에서도 나를 놀라게 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들의 메뉴였다. 어느 집이든 아침식사에는 반드시 된장국과 연어 같은 생선 한 조각과 계란말이가 반드시 나왔다는 사실이다. 집착한다 싶을 정도로 그 세 가지를 꼭 챙겨 먹는 장면을 보면서 급식도 아닌데
신기하다 싶으면서도 건강에는 꽤 좋겠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장면이 늘 있었는데 바로 카레를 먹는 장면이었다.
어떤 일로 아주 기분 좋아진 엄마가 아이에게 특별한 음식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무엇이 먹고 싶냐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언제나 함박스테이크 다음이 카레였고, 남녀가 연애 장면에서도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해주는
음식이 늘 카레였으며, 힘든 타향생활을 하다가 고향을 떠올리는 장면에는 반드시 카레가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골목길에서 그리운듯 흘러나오는 음식 냄새도 역시나 카레였다.
왜 그렇게 일본은 카레에 열광 아니 집착하는가 궁금해서 아는 지인에게도 물어 보고 기사를 찾아보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은 그런가요, 라든지 글쎄요 하며 멋쩍은 표정이었는데 그다지 의식하고 있지
않을 정도로 너무 익숙한 그 무엇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어렸을 때부터 먹어온 맛이라지만 얼마나 먹이면
이렇게 집착할 수가 있나 싶다가도 우리 역시 타 지역에 있다가 엄마집에 돌아간다거나 긴 여행 끝에는
어김없이 엄마표 김치찌개가 생각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암튼 그래서 예전에 일본에 가게 되면 그게 그렇게 맛있나? 하는 기분으로 우리보다 조금 진한 색깔의 일본 카레라이스나 카레우동을 사 먹었던 기억이 난다.
카레는 정해진 레시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재료에 따라 혹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하므로 나는 가끔씩 즐기는 것이 좋은데 남편과 아들은 가리지 않고 먹는 식성임에도 불구하고
어쩐 일인지 카레만큼은 굳이 카레를? 하는 표정이어서 혼자 낮에 즐기는 경우가 늘게 되었다.
실제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인도에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향신료 덕분에 같은 맛의 카레는 두번다시 재연하기 힘들다는데 나 역시 다른 이유로 같은 카레를 만들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날그날 있는 재료로 만들다 보니
본의 아니게 늘 새로운 카레가 탄생해 버린다.
카레 루가 진하다는 것도 축복이다. 부족한 솜씨를 덮는데도 그만이고 채소를 좋아하지 아이들이라면 당근이라든가 토마토를 볶아서 갈아 넣으면 절대 눈치채지 못하니까 말이다. 카레가루만 넣으면 그냥 카레일 뿐이다.
거기다 커민가루라든가 고수가루를 더하면 어딘선가 먹어본 맛이 나고, 닭고기를 노릇노릇 구워서 넣고 생크림까지 넣어주면 주말 저녁 식사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으니까.
만들고 하루를 묵히면 더 맛이 깊어진다는 일본식 카레도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가끔은 색다른게 먹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손이 많이 간다거나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조금 다르게 자르기만 하면 되는데,
평소 깍둑썰기를 했다면 혹은 큼직하게 썰었다면 이번만큼은 아주 잘게 멋을 내 본다든가
컬러에 신경을 써본다거나 하는 것만으로 전혀 새로운 한 그릇이 되니까 나를 위해 기꺼이 노동을 바쳐보자.
(노동이라기도 하기엔 민망하고 죄송할 정도지만.)
<레스토랑 같은 카레>
1. 사실 어제 남은 카레가 있을 때 만들면 편하긴 하다. 남은 카레에 생크림을 조금 넣고 냉동실에 있는
*소시지도 두 개 정도 꺼내서 작게 썰어 채소들과 볶아 놓는다.
2. 그릇에 밥을 깔고 반만 카레를 붓고 나머지 반에는 볶아둔 야채와 소시지를 올리고 나는 만들어 둔
비트피클이 있어서 같이 얹어 보았다.
3. 마지막으로 샐러드 채소를 한쪽에 장식하면 화사해지고 도저히 혼밥의 쓸쓸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