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행복하세요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갔다가
연둣빛 매실이 가득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벌써 때가 온 건가 싶어
달력을 살펴봤더니 곧 망종이다.
그렇지~~
24 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
망종
24 절기 중 아는 거라고는
입춘 입동 말고는 없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이름을 알게 되었다.
절기마다 이름과 뜻을 풀어보면
이상하게 납득하게 되어서
철마다 이름을 잘도 지었다고 감탄하게 된다.
세월은 벽에 걸린 시계 시간으로
가는 것 같아 넋 놓고 있다가도
실은 눈에 보이지도 느껴지지 않는
지구와 우주의 오차 없는 움직임에
사정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자각이 드는
오늘 같은 날이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서 절기는
망종이라니~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망종
농부들은 땅을 갈아 벼를 심기 시작하고
어머니들은 매실 열매로
매실청이며 매실주, 매실 장아찌까지
무더위를 대비하느라
분주한 나날이 시작되는데
나는 청량한 여름을 상상하며
한량처럼 여름이 오는 하늘을 구경하고 있다.
아무리 여름을 좋아한다지만
철없기 짝이 없다.
보리를 베어내고
밭갈이를 하고
벼를 심지는 못하지만
화단 아니 화분에라도
여름꽃이나 채소라고 심어야 할 것 같아서
고이 모셔두었던 씨앗을 꺼낸다.
상추, 루꼴라, 치커리..
바람이 훅 불라치면 흔적도 없이 흩어질 듯
점같이 작은 씨앗인데
자라서 잎이 나고
키가 크고 수확을 하게 되다니
그 에너지가 어디에 숨어 있나
씨앗을 심을 때마다 감탄하지만
무릇 씨앗 혼자만 일궈내는 건 아닐 것이다.
해가 있고
바람이 있고
벌레가 있고
비가 있고
일일이 돌보는 수고로운 사람들의 손까지..
그런 걸 가늠해 봤을 때
저 혼자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리라.
혼자 사는 세상인 것처럼
오만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예상하고 기대한 건 아니지만
감사와 겸손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새겨보는 오후가 되었다.
암튼
망종에 비가 오면 그해는 풍년이라는데
웬걸 정말 비가 온다.
그것도 시원하게
올봄은 왜 이리 비가 많나 구시렁거렸는데
오늘은 굿타이밍이다.
갓 심은 씨앗 화분도
수돗물 보다야 빗물이 낫겠지~
키워서 뜯어먹는 게 염치없지만
잘 자라라고 말해 줄 수밖에 없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햇보리가 당긴다.
달달한 고추장에
열무김치
된장찌개
.
.
군침이 돈다
머릿속에는 이미 한상이 차려져 있는데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상 차려 줄 사람이 없다는 게 함정
늘 이 타이밍에는 엄마가 생각난다.
밥 차려주던 엄마, 우리 엄마~~
잘한다
차려 드려도 시원찮을 나이에
새 연재를 망종에 시작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작정한 것도 아닌데 우연히 그리 되었네요. 럭키~
비를 흠뻑 맞고 부드러워진 흙이 좋은 수확으로 이어지듯이
나의 글 한 자 한 자가 꽃을 피우고 열매 맺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글 한 줌을 뿌려 봅니다~~
오늘따라 한 글자 한 글자가 까만 씨앗으로 보이네요 ^^
씨. 앗
발음이 너무 좋지 않나요
귀엽고 단단한 느낌이 물씬 납니다.
모든 이의 오늘 한 발자국이 의미 있는 한걸음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