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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얀 Apr 04. 2020

아침에 물 한잔



생각을 바꾸면 부자가 될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까리 할 때는 사전을 보자.


생각


 1.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2. 어떤 사람이나 일 따위에 대한 기억.     

 3.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가짐. 


1의 중심 단어는 판단

2의 중심 단어는 기억

3의 중심 단어는 관심


판단. 기억. 관심

모두 중요한 단어들인 것 같지만 뭔가 살짝 부족한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생각은, 생각보다, 생각만으론, 큰 힘이 없다.

엉덩이에 깔고 앉은 아이디어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처럼. 


그렇다면

특별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오직 내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부자가 되는 확실한 방법이 없을까?


음.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 싶을 땐 서점으로.


서점에 가서 제목에 부자라고 적힌 책들을 뽑아서 목차만이라도 슬쩍 훑어본다.

그러다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 하나와 만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바로 바로





습관? 


음.

습관이랑 부자가 무슨 상관인 거지?

다시, 아리까리 할 때는 사전.


습관의 사전적인 의미


1.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염습 1(染習).    

              

예)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다


습관의 중심 단어는 행동

아하,

습관은 행동을 포함하고 있으니 엉덩이에 깔고 앉은 아이디어보다 힘이 세구나.

 

아니라 다를까 서점을 조금만 둘러봐도 [습관]에 관한 책들이 많이 보인다. 






1.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대표적인 예. 

2. 아침. 일어나자마자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있다. 아토믹 해빗의 저자가 대표적인 예. 

3. 아침에 일어나면 전 신문을 정독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고 정주영 회장이 대표적인 예.


가만 보자 1.2.3의 공통점은 아침, 습관, 부자들

오케이, 그럼 나도 아침에 뭔가를 하는 습관을 만들면 부자가 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달리기를 하자니 밖이 너무 춥고,

팔 굽혀 펴기를 하자니 귀찮고,

전 신문을 구독하자니 돈이 아깝다.


이것은 마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처럼 [귀찮아 죽겠지만 부자는 되고 싶어] 같은 심리랄까?

그래서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겠다 싶어 열심히 짱구를 굴려본 결과로 나온 것이 바로,


아침에 물 한잔


잠에서 깨면

목이 마르고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물 한잔은

보약과도 같다고 했으니 

쉽게 쉽게 가자 싶어

일단 그것으로 나의 습관으로 만들자 싶었다. 

아침 몇 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도 정하지 않았다.

그냥 아침에 눈이 떠지면 일단 물 한 잔을 마시자.


아주 쉽고, 간편하다. 

이 정도면 모든 일에 작심삼일이었던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습관이라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껏 우리가 세운 많은 목표들을 제대로 이뤄본 적이 없다. 새해가 되면 늘 희망찬 마음으로 다이어리를 사고 첫 페이지에 1년의 목표를 적곤 했다. 매년 그랬다. 

 

1. 1년에 해외여행 2번 (이건 거의 성공했다 그래서 나에게 남은 건 텅장 뿐)

2. 한 달에 한 번 전국의 국립공원(산) 등반 (엄홍길 대장님 따라 히말라야 갈 것도 아니면서 늘 이런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늘 실패했다)

3. 외국어 공부 토익 700점 이상 ( 아직 토익 한 번도 쳐 본 적 없음. 사실 나에겐 필요도 없는 건데 다들 토익 몇 점이라는 이야기 하면 나는 할 얘기가 없어서)

4. 아침형 인간 되기 (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할 목적이 없으니 당연히 실패^^)


그리고 연말이 되어 돌아보면 지켜진 건 아무것도 없고 3월 이후로는 낙서 하나 없이 깨끗하기만 한 다이어리를 보며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를 반복. 그리고 새해가 오면 올해는 반드시! 하며 다시 새해 다이어리를 사곤 했다.


하지만 습관 책을 읽다 보면 목표보다는 목표로 가는 작은 습관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라 가르친다.

우리의 뇌의 변화에 대한 저항력이 커서 갑자기 다른 행동을 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그래서 평소와는 다른 목표를 하루아침에 달성하는 것이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책에서 말한 대로 아주 작은 습관, 아침에 물 한잔을 나만의 방식으로 시작해 보기로 했다. 


1. 아침 몇 시가 됐든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2. 정수기 앞으로 간다. 

3. 전기 포트에 정수된 물을 받아 끓인다. (우리 집 정수기는 딱 정수만 되는 건데 월 사용료는 16900원)

4. 끓을 때까지 1-2분 기다린다

5. 물이 끓으면 머그잔에 반 따른다. 

6. 나머지는 정수된 찬물로 채운다 (그러면 딱 적당하게 따뜻한 온도가 된다) 

7. 첫 한 모금은 입 안에 머금고 가글가글 해서 뱉는다.

8. 두 번째 모금부터는 보약을 마시는 것처럼 한 모금씩 천천히 마신다.  

9. 한 잔 다 마시면 작전 성공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일인데, 일단 내가 나름 계획한 작전을 성공하고 나니 굉장히 뿌듯했다.

아하, 이게 바로 습관이나 심리학서에서 말하는 작은 성취감이라는 거구나. 이렇게 작은 성취감을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 하루와 분 단위로 울리는 알람에 쫓겨 울상이 되어 일어나는 하루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시작한 아침에 물 한잔은 자연스럽게 침대를 정리하는 습관으로 이어졌다. 일부러 작정한 게 아니라 전기 보트에 물을 올려놓고 기다리는 시간이 지겨워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물이 끓기 쳐다보며 멀뚱하게 서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2분이라는 시간이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자고 일어나 엉망이 된 이불을 한번 쫙 펼쳐봤는데 뭔가 정리된 침대 위를 보니 기분이 상쾌했다. 심지어는 그렇게 이불을 펼치는 시간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아, 2분이라는 시간이 절대 짧은 게 아니구나. 그렇게 자투리 시간이 가진 힘을 깨닫자 '아침에 물 한잔'이 내게는 원효대사의 '아침에 해골물'과 같았다. 뭔가 부자들의 비밀을 알아낸 것 같아 신이 난다. 이 기분을 이어서 바닥에 엎드려 팔 굽혀 펴기도 한 번 해 본다. 워낙 팔 힘이 없는 사람인지라 온 몸에 힘이 들어가니 확실히 정신이 번쩍 든다. 아니 잠깐만, 그럼 오늘 아침엔 대체 몇 개를 성공시킨 거야.......  


그렇게 시작한 아침의 습관들이 1년이 이어지자 이제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 전에 글을 쓰는 습관까지 만들어냈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쓴다는 작가들 이야기 많이 들어봤지만, 내가 그런 넘사벽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정말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아침 7시 스타벅스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스스로도 낯설 때가 있다. 그리고 또 놀라운 사실 하나 더. 


작년 7월, 부천에 생애 첫 내 집을 계약하고 빚을 갚기 위해 시작했던 돈 공부 그리고 올해 4월, 드디어 연소득 480만 원을 월소득 480만 원으로 바꿨다. 


습관을 만들기 시작한 지 1년, 돈 공부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의 일이다.

덕분에 현재는 잠자는 시간 외엔 글 쓰고 공부하고 치과에서 일하는 시간밖에 없지만 아무튼 나의 첫 번째 목표는 이렇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정확히 답해 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아침에 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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