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의 귀가는 큰 축복이다

매일 현관문이 열리길 기다려

by 김열매

평일 아침 여섯 시가 되면, 어김없이 배게 옆에 놓여 있던 휴대폰이 온몸을 부르르 떤다. 알람 소리와 진동은 제일 작게 해 두었다. 옆 자리에 자고 있는 남편을 깨우지 않기 위해서다.


눈곱이 덕지덕지한 눈으로 잠들어 있는 남편을 빤히 바라보았다.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그는 어딘가 피곤한 얼굴로 거친 숨을 내뿜으며 잠들어 있다.

괜스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었다.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침대 매트리스의 흔들림을 저지하며 마룻바닥에 닿는 발소리를 죽인다. 살금살금 안방 화장실로 향하다 남편이 깨지 않았는지 한번 더 확인한다.​

안방 화장실은 내가, 거실 화장실은 남편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아침마다 그의 잠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씻는다. 그렇게 조심하는데도, 꼭 눈치 없이 화장품 뚜껑 하나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어쩔 수 없는 허당 아내다.


출근 준비를 모두 마치고 작은 목소리로 남편을 부른다.

“나, 다녀올게-”

예민한 그는 나의 작은 부름에도 두 눈을 번뜩이고, 빛의 속도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현관까지 배웅을 해준다.

머리는 까치집, 떠지지 않는 두 눈,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남편이 한 마디 던진다.

“조심히 다녀와”

그렇게 나를 출근시킨 그는 자신의 알람이 울릴 때까지 다시 침대에 몸을 뉜다.

엄마와 지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꼭 그렇게 해야 해?”

알람을 허겁지겁 끄고, 조심스레 씻으면서 왜 남편의 잠을 굳이 깨우느냐고.


이유는 단순하다. 서로에게 보이는 그 마음이 전부다.


배웅해 주기 전까지 남편이 조금이라도 더 자길 바라는 나의 마음, 출근길을 배웅해 주고 싶은 남편의 마음.

먼저 출근하는 만큼, 먼저 퇴근하는 것도 나다.

출근 땐 배웅을 받았지만, 퇴근 땐 맞이해 주는 사람이 없다. 대신 나는 남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띠띠띠- 도어록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면, 하던 행동을 멈추고 현관으로 달려 나가 빼꼼 고개를 내민다.

“왔어? 오늘도 고생했어!”

우리는 하루를 함께 시작하고, 함께 마무리한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행복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어제와 다를 바 없이 현관문을 나섰다가 사고를 당해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고 상상해 보자.

그 사소한 상상 하나가, 매일 저녁 현관문을 열고 돌아오는 사랑하는 가족의 귀가를 의미 있는 일로 만들어준다.


매일 반복되는 고요한 일상은 지루함이 아닌 평온함이고, 익숙함은 권태가 아닌 성숙된 사랑이다.


우리는 매일 저녁 현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오늘도 평온하게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