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돈, 감정과 현실 사이에서 배우는 첫 번째 공부
불이 활활 타오르듯 뜨거운 것이 연애라면, 결혼은 한 겨울 얼음장 같은 바닷물이다. 즉, 그 정도로 냉혹한 현실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여러 정보를 얻기 위해 잠시 웨딩카페 활동을 했었다. 다양한 게시글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글이 있었는데, 바로 결혼 후 돈 관리에 대한 내용이었다.
“여러분은 통장을 합치셨나요? 합쳤다면 돈 관리는 누가 하시나요?”
인터넷 기사와 SNS를 통해 얼핏 듣긴 했다.
요즘 유행하는 ‘반반 결혼’ 문화에 힘입어 결혼 후 생활비, 공과금 같은 매달 필요한 비용을 정확히 계산하여 공동 통장에 넣고 생활한다는 것이다. 부부지만 연애시절처럼 상대의 통장에 어떤 금전 흐름이 생기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예적금을 비롯해 개인 용돈 사용도 일절 관여하지 않는 방식이다.
친정에 들어가는 돈은 여자가, 시댁에 들어가는 돈은 남자가 각자 지출한다.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아이가 생겨도 방식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지출이나 물건이 생기면 부부가 금액을 반으로 나누어 결제하는 식으로 육아를 이어간다.
여전히 많은 부부들은 결혼 후 경제 공동체가 되어 네 돈, 내 돈 없이 힘을 합쳐 살아가지만, 시대가 변하는 만큼 이렇게 새로운 경제관념을 세우는 부부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인생은 정답이 없기에 무엇이 옳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결혼 전 돈에 관련된 대화를 충분히 나누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통장을 합치기로 했다면, 그건 서로의 삶을 엮기로 한 또 하나의 암묵적 약속이다.
누가 관리하든,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신뢰‘였다.
네 돈, 내 돈의 경계가 허물어질 때, 비로소 진짜 가족이 된다. 경제 공동체가 되기로 했다면 내 것이 아닌 ‘우리’의 것으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계산기를 내려놓는 일, 그것이 결혼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첫 번째 공부였다.
우리 부부는 신혼집에 입주하자마자 통장을 합쳤다.
대표 관리는 내가 맡지만, 매달 말일에 함께 엑셀을 열어 금전 흐름을 정리한다.
간혹 상대에게 맡겨두고 ”알아서 하겠지. “하며 무관심한 사람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못 믿어서가 아니라, 가정 경제를 함께 이해해야 비로소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는 엑셀로 돈 관리를 하는 부부들을 보면 “너무 칼 같은 거 아니야? 정 없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함께 살다 보니, 돈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게 된다. 이번 달 생활비는 어떤 지출이 가장 컸는지, 어떤 지출을 줄여야 할지 파악하며 둘의 미래를 조금 더 단단히 한다.
결혼은 현실이고,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은 백 퍼센트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결국 사랑 없이 돈만 가지고 살 수도 없는 게 부부다.
사랑과 돈, 감정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일.
어쩌면 결혼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가장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