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지하철에서 배우는 작은 배려와 존중
나이를 먹어 갈수록 좋은 어른은 되지 못하더라도, 이상한 어른은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몇 년간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다 얼마 전부터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조금 더 걷는 움직임을 만들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이유는 치솟는 물가에 주유비가 감당되지 않아서다.
적응하기 힘든 건 출퇴근 시간대에 붐비는 대중교통 일 것이다. 사람과 부대끼는 것이 싫어 막힘을 감수하고서라도 차를 몰고 다녔었는데, 몇 년 만에 다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니 피로도가 순식간에 치솟았다.
하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몰상식한 사람들’을 마주할 때다.
내리는 사람이 있어 기다리고 있으면, 뒤에서 손바닥으로 등을 밀며 ’왜 안 타!’ 라며 인상 쓰는 사람들.
이어폰을 두고 나와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날, 첫 차의 고요한 적막 속에서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
또 두툼한 백팩을 뒤로 맨 채 사람 사이를 비집거나, 서 있는 사람과 최소한의 공간을 유지하려는 노력 없이 고의적인 손 짓으로 밀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붐비는 열차 안에서 타인과의 신체적 접촉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고의적인 접촉은 불가피함이 아닌 불쾌함이다.
이런 순간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나는 어떤 어른으로 남고 싶은가?’
좋은 어른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한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
얼마 전, 집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중 윗 층에 사는 중학생 아이와 마주했다. 요즘 아이들은 굳이 아는 채 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아 모른 척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아이는 먼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하세요!“
예상치 못한 인사에 당황해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아, 안녕하세요.”
어린 친구지만 우리는 초면이니 존댓말로 맞이했다.
아이는 싱긋 웃으며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지나간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좋은 어른은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상한 어른은 되지 않겠다고.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 작은 배려와 존중으로 하루를 채우는 어른.
그런 어른으로 남고 싶다.
훗날 노인이 되었을 때, 젊은 친구들에게 소위 ‘노인네’가 아닌, ‘어르신’으로 남고 싶다.
작은 배려와 존중으로 하루를 채우는 어른.
그것이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