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대하여
어쩌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1. 아침 일찍 귀성길에 올랐다. 평소였다면 암막 커튼이 쳐진 침실 침대 위에서 세상의 빛을 최대한 차단한 채 잠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을 시간, 하품이 나오지만 눈을 뜨고 있다. 늘 이 시간에 출근하는 남편은 익숙하게 라디오를 켠다. 고속도로에는 우리와 비슷한 목적으로 나선 이들이 많다. 분명 그리운 이를 찾아가는 부지런한 존재들일테지.
조수석에 앉아 글을 쓰다가 본 하늘이 유독 청명하다. 여름의 티를 벗어낸 것이 어쩐지 성숙해보인다. 구름마저 조숙해보이는 건 착각일까. 새가 날아다니고, 나무와 풀은 저마다의 싱그러움을 뿜는다. 햇살은 밤새 식은 공기를 데우느라 바쁘고 고속도로는 부지런한 존재들을 받아내고 있다. 라디오는 혹시나 졸음을 떨치지 못한 운전자를 위해 애쓰고 있다. 오랜만에 마주한 이 시간의 세상은 참 바지런하다.
2. 파란색을 좋아한다. 그래서 하늘을 자주 보는 것 같다. 적어도 내 경험에 한해서 하늘은 똑같은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다. 수천년 아니 수만년 전부터 존재했을 이 대기층은 아마 인류에게 단 한번도 같은 얼굴을 비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실에 매혹된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들은 끊임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 세계를 구성하는 많은 진리를 발견했다. 별자리가 다니는 길이 있다는 것과 때마다 계절이 바뀌는 일, 한번도 멈추지 않고 지구를 도는 달과 그 힘으로 만들어낸 바다의 밀물과 썰물, 달과 같이 태양을 도는 지구와 그런 행성들이 구성하는 태양계, 수많은 태양계가 창조하는 무한한 우주까지. 세상에는 신비한 일이 참 많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가장 신비한 것은 하늘이다. 이 사소한 놀라움을 깨닫는 순간부터 시선이 갈 것이다. 이제까지의 인류가 그래왔듯이, 어쩌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